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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의 ‘아님 말고’식 투자의견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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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의 ‘아님 말고’식 투자의견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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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강수지 기자
최근 한 증권사가 아파트 붕괴사고로 시끄러운 HDC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기대돼서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연일 하락 중이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번 붕괴사고로 바닥을 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도 재개발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있었던 만큼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투자자들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2만5750원으로 전일 대비 0.19% 하락했다. 이날부터 지난 17일(1만8750원)까지 무려 27.18%나 떨어졌다.
문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폭락 상황에서 실적에 대한 기대만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매수 의견을 내놓는 증권사가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주식투자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하고, 오른 뒤 매도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이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비롯해 관련 관계자들의 형사 입건 등으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은 건물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가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하락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피해가 해당 증권사를 신뢰한 투자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데 있다. 물론 증권사의 투자의견을 믿고 실행에 옮긴 투자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실적만을 바탕으로 투자의견을 내놓는 증권사의 ‘아님 말고’식 분석에도 문제가 있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의 BTS로 불리는 한 관계자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경우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며 “증권사 리포트도 가려서 봐야한다”고 귀띔했다. 즉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 획득에 있어 한계가 존재해 증권사 리포트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그 정보마저도 온전하지 않은 현실이다.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적어도 투자자에게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투자의견 등을 내놓는 것은 멀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증권사는 전적으로 투자에 대한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음을 방패 삼아 ‘나몰라라’식 투자의견 제시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강수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sj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