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 FOMC가 새해 들어서자마자 빼든 새로운 통화 긴축의 칼이다. 연준 FOMC는 임인 년 들어 처음 공개한 의사록에서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를 시사했다. 이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다우지수 등이 연일 흔들리고 있다.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환율, 금값 그리고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대차대조표 축소의 파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주목해왔다. 테이퍼링이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풀어왔던 유동성 방출의 규모를 줄여가는 것이다. 테이퍼링은 곧 유동성 증가율의 단계적 축소를 의미한다. 연준이 푸는 돈의 규모가 줄어들면 시중의 자금사정은 그만큼 나빠질 수 있다. 테이퍼링 속에서는 유동성 증가속도만 줄어들 뿐 통화 공급의 절대량은 여전히 늘어난다. 그런 면에서 테이퍼링은 그나마 양반이다.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기위축과 주가하락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통화량 감축을 통한 수요억제의 칼을 빼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그런 만큼 나름 내성이 형성되어 있다. 대다수 경제주체들은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충시킬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왔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터져 나왔다. 시장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통화감축의 방식이 그동안 추진되어왔던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원격 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통화량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시중의 돈을 빨아들여 소각해버리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통화감축의 속도도 빠르다.
대차대조표란 어떤 경제주체가 보유한 자산내역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회계 상의 지표이다. 재산 및 부채의 목록표라고 볼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대차대조표는 크게 자산과 부채 자본 등 3개의 계정으로 나뉜다. 대차대조표의 왼쪽 차변에 자산을, 오른쪽 대변에 자본 및 부채를 기재한다. 차변은 자금의 구체적인 운용형태를 나타낸다. 우변의 부채 및 자본은 그 돈이 어디서 왔는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 만큼 차변의 자산합계액과 우변의 부채 및 자본의 합계액은 당연히 합치하는 관계에 있다. 바로 이러한 성격 때문에 좌우가 같다는 뜻의 ‘밸런스 시트’ 즉 대차대조표라고 불렀던 것이다. 최근 들어 국제 회계학계는 이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란 말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대차대조표와 재무상태표는 똑같은 내용이다,
미국 연준의 자산도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로 표시한다. 미국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돈은 연준 대자대조표상 언제든 쓸 수 있는 차변의 자산이다. 이 돈은 국가로부터 빌려왔다. 돈의 원천을 따져볼 때 연준 입장에서 그 돈은 부채인 만큼 대차대조표상의 차변에 또 부채로 기록된다.
연준은 코로나 펜데믹 같은 불경기 때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인 현금을 풀어 그 돈으로 국채를 매입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채만기가 돌아오면 더 이상 연장하거나 다른 국채를 사지 않고 바로 돈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에 연준이 FOMC 의사록에서 밝힌 대차대조표 축소 방침의 내용이다. 국채를 돈으로 회수해 소각해버리면 대차대조표 상 차변의 자산도 줄어들고 우변의 부채도 줄어든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곧 시중의 통화량을 직접적으로 줄이겠다는 연준의 공격적 긴축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증시 일각에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양적긴축 즉 QT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확정한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상당수 위원들이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 대차대조표를 축소할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 제기를 한 정도이다. 그럼에도 뉴욕증시가 큰 충격을 받는 것은 대차대조표 축소가 몰고 올 파장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FOMC 의사록에 담을 정도로 미국의 인플레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테이퍼링 이나 금리인상보다 훨씬 더 무섭다는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돌풍이 다가오고 있다. 비상한 사태의 진전인 만큼 비상한 각오로 준비해야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