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사를 하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사고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더 어렵다. 정부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도 가능성에 대한 사례를 나열할 뿐 그것이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하는 이유다.
당시 사고 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보고서에 적지 못했지만, 정황상으로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과 기능, 안전은 책으로 배울 수 없고, 현장에서 선배들로부터 입으로 전수받는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 다수를 차지했던 선배 직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이러한 노하우가 단절되면서 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졌다는 가설을 세워 봤단다.
10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때 직원들이 어느덧 사업장 환경에 익숙해하는 선임 사원으로, 후임 직원을 지도하고 관리하고 있다. 경험이 높아졌으니 사업장이 안정화됐을 것이라고 봤지만, 사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사업장이 워낙 넓다보니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거의 모든 직원 오토바이 뒷좌석에 가방이 설치되어 있더란다. 도시락이나 비품을 넣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갑자기 대부분의 오토바이에 달려 있다니. 조심스레 알아본 결과,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장 기술 직원들은 월급 이외에도 야근수당과 주말수당 등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데, 일감이 줄어들고,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됐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수당을 못받게 되었다.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이들은 낮에 힘든 일을 마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밤늦게까지 또 다른 일을 한다고 했다. 휴식이 부족하니, 작업장에서 주의력이 떨어지고 안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로 그랬다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관리 직원이 더 신경 썼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들도 저녁에 부업을 하고 있단다.
이 또한 객관적인 증거를 댈 수 없는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삶이 기반이 흔들리는데 안전을 외쳐봐야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 기업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사고를 막긴 어려워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