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취재 부문 합격자는 이백만 김세형 강판구 윤영걸 한명규 그리고 김대호 6명이었다. 편집과 교열 기자로는 김동기 강영철 서이석 정호정 이현주 이수혁 고수영 안지숙 김성호 등이 함께 입사했다. 민주당의 원로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노웅래도 한날 한시에 함께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가 2022년 이니 이백만을 만난 지도 벌써 39년이 흘렀다. 내년이면 40년이다. 그 40년의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본 이백만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온 전형적인 지사형 언론인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학생 운동을 하다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듣고 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학생 운동 경력자들이 일반 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곤 했다.
이백만은 이후 한국일보 계열의 서울경제로 옮겼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 수석을 역임했다. 이후 정의당 소속으로 여러 번 국회 출마를 했다가 낙선을 한 것으로 듣고 있다. 출세 만을 위해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배경으로 당시 집권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백만은 그럼에도 가능성이 희박했던 정의당을 고집했다. 당장 눈 앞의 실리보다는 대의명분을 더 중요시하는 이백만의 성품이 정치 행보에서도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판에서 시련을 거듭하던 그가 어느 날 가톨릭에 귀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도 부인의 권유가 아니었나 싶다. 어린 기자 시절 이백만의 부인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명문 여대 약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국 약학계의 거물로 알고 있다. 신앙심도 깊어 보였다. 이백만에게 그 부인은 동반자이자 후원자였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부인의 위로가 힘이 됐다고 듣고 있다. 여사의 전도로 가톨릭에 귀의를 하게 되었으니 부인 덕에 영적 구원도 얻은 셈이다.
이백만은 이 인연으로 훗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교황청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교황의 북한 방문 구상은 이백만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왔다. 하느님의 복음을 통해 북한 인민들을 구제하고 나아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뿌리내리려고 했던 것이다. 이백만은 교황을 처음 알현한 신임장 제정식 때 전례 없이 북한 방문을 청했다. 그 자리에서 교황으로부터 "북한이 초청하면 못 갈 이유가 무엇이냐"는 답변을 받아냈다.
사실 북한은 한때 성령이 가장 뜨거운 곳 이었다. 가돌릭 순교자도 가장 많이 나왔다. 교황청으로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일종의 신앙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백만의 제안은 교황의 바로 교황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백만의 평화 외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2018년 10월 이백만의 구상이 빛을 발했다.
로마의 성베드로대 성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한국 사제·수녀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청 직제상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집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성대하게 진행됐다. 교황청이 특정 국가의 현안과 관련한 대규모 미사를 개최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교황은 그 다음 날인 10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교황청과 한반도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이백만 이니셔티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언젠가는 이백만의 평화 구상이 실현될 날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백만의 가슴과 머리 속은 늘 조국과 민족 그리고 인류의 미래로 채워져 있다. 이백만에게서 개인적인 처세나 치부는 뒷전이었다.
그런 이백만이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도 단순한 부동산 투기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남 아파트를 사지 못하게 바람을 잡아 놓고는 자신은 숨어서 강남에서 투기를 해 큰 돈을 모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2년 1월28일자 조선일보의 보도이다. 조선일보는 "靑 수석 땐 집 사면 낭패 이백만 강남 아파트로 재산 15억 늘렸다"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이백만이 盧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때 아파트 사 놓고 “집 사지 말라”고 했던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교황청 대사 부임 전에 은마 아파트를 사들여 큰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그 보도를 좀 더 살펴보자.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전 교황청 대사)의 재산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15억5000만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이날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7억1600만원) 등 모두 43억7100만원을 재산 신고했다. 이 밖에 예금 9억100만원, 증권(주식) 7억6300만원 등도 이 사장 재산에 포함됐다. 이 사장의 재산은 2018년 1월 주(駐)교황청 대사 부임 당시 신고한 28억2000만원에서 15억5000만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여기까지는 관보에 오른 이백만의 재산 신고 내용을 전한 것이다. 관심을 끈 것은 그 다음 은마 아파트 관련 내용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84㎡(약 26평) 규모의 은마아파트는 이 사장 부부가 공동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 아파트를 교황청 대사로 부임하기 이전인 2016년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기 직전에 재개발을 앞둔 노후한 은마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다.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 사장은 부동산이 폭등하던 2006년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브리핑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보다 2년여 앞선 2004년 이 사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약 55평)를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장은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서 분양가의 80%가량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을 제외하고 이 사장이 2억원 가량으로 사들인 이 아파트 호가는 2년여 만에 20억원으로 뛰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문제가 되자 이 사장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에서 낙마했다."
지금으로 부터 무려 16년 전인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백만 당시 홍보 수석의 발언과 최근의 은마 아파트 매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강남 아파트 시세 상승 등 여러가지 사건을 시간의 선후와 전후사정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묶어 보도하는 바람에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로서는 헷갈릴 소지가 없지 않다.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靑수석 땐 집 사면 낭패 이백만 강남 아파트로 재산 15억 늘렸다"라는 제목만 보고 이백만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우선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이백만의 2006년 발언과 이백만 부부의 2015년 은마 아파트 매입에는 무려 9년이라는 긴 시차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1년에도 여러 번 바뀐다. 이미 9년이나 지난 시점에 집을 산 것을 그 이전 청와대 수석 시절 발언과 연관지어 "집 사면 낭패라 해 놓고 자신은 집을 샀다"고 한 지적은 과학적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은마아파트 가격이 올라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결과론 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이백만이 청와대에 근무한 것 도 아니고 청와대 정보를 빼내 내부자 거래와 같은 불법 투자를 한 정황도 없는 만큼 은마아파트 구입 만을 이유로 비판을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이백만의 2006년 발언도 부동산 투기를 막아보자는 공직자로서의 소신을 밝힌 것일 뿐 이다. 그 발언으로 당시 이백만이 거둘 수 있는 기대 이익은 애초에 단 한 푼도 없었다. 자신이 강남에 집을 사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집 값을 띄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강남 집을 사라고 부추겼어야 논리적으로 옳다. 언론에 보도된 이백만의 고백에 따르면 당시 부인이 강남에 집을 샀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은마아파트를 사 놓고 교황청 대사로 부임했는데 임기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언론 보도도 얼핏 보면 "이백만=투기꾼"을 연상케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백만으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은마 아파트를 살 때에 교황청 대사 인사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둘 간에는 인과 관계가 전혀 없다. 은마 아파트를 샀다는 2015년은 문재인이 집권하기 전이었다. 설혹 교황청 대사 인사가 있을 줄 알고 은마아파트를 샀다고 해도 교황청 대사 재직 동안 집값이 오른 것이 이백만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거꾸로 만약에 그 기간 동안 집 값이 하락했다면 이백만은 투기꾼이 아니라 투자 바보라는 비야냥을 받았을수도 있다.
관보 재산 신고 내용을 보면 이백만 부부가 보유한 은마아파트의 매입가는 19억원 내외로 되어있다. 이백만 부부의 공동명의로 각각 8억 8000만원으로 되어있다.
집 한 채 없이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는 많은 국민들과 비교하면 물론 사치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60대 중반의 부부가 한평생 열심히 살면서 성실하게 모든 돈으로 19억 짜리 아파트 한 채 샀다고 무조건 투기라고 손가락 짓을 할 수 있을까. 이백만의 부인은 한국 약학계의 거물이자 40년 이상 약사로 경제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이백만 부부의 아파트도 부인이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백만이 신고한 총 재산 44억원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많다. 대학교수와 언론인 출신 청와대 간부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한평생 모으기 결코 쉽지 않은 규모이다.
또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면목이 없다. "부동산 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해 놓고 결과적으로는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말만 듣고 부동산을 팔았거나 매입 시기를 늦추었던 국민들은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았다. 이런 점에서 과거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이백만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국민들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망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발언은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팀의 결연한 의지를 있는 그대로 전해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의 직업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백만이 부동산 부자라고 해서 마치 청와대 권력을 남용해서 투기 수익을 얻은 것 처럼 단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이백만은 전남 진도 섬 출신이다. 이백만이 태어났을 때 시골 농부였던 아버지는 그 자식이 이 백만원을 버는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름을 이백만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백만의 이름이 이백만이라고 해서 이백만의 재산이 이백만원이 넘어서면 절대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