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자의 눈에는 먹잇감이 보이고, 사제는 좋은 면만 보일 것이다. 이것은 이미지일 뿐 실제 상대가 아니다. 또 사자나 사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필자가 육군 군 복무를 할 때의 일이다. 공군의 모기지를 타격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부대를 방어하는 예비군을 뚫고 가상의 적 기지를 타격하여 폭파 딱지를 붙이면 성공하는 작전이다. 예상과는 다르게 예비군의 저항이 대단했고, 삽시간에 침투조는 흩어져 버려 필자는 대한민국 공군기지가 아닌 미군 부대로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홀로 버티는 시간을 견뎌내었고 미군 장갑차에 실려 포로로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철조망에 갇혀 미군에게 심문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의 겉모습은 누가 봐도 침입자 그대로였다. 신분이 밝혀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외롭고 고독한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때마침 한 명의 미군 상병이 서투른 한국어로 사전을 뒤적이며 필자가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정성이 필자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카투사와 연결해 통역을 도왔고, 미군 장교를 설득하는 노력이 참으로 고마웠다. 철조망에서 필자를 꺼내준 뒤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어깨를 두드려주고 서툰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다시 찾은 자유를 얻는 기분 그 이상이었다. 만약 필자가 진짜 침입자였다면? 그 심문에서 적군으로 간주되었다면? 과연 상황은 어땠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 명의 사람이 상대를 보는 눈이 달랐고 질문도 달라졌다.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도움의 손길이 닿도록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때로는 면접관이 되기도 하지만 피면접자가 되기도 하고, 평가자가 되기도 하지만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즉, 조직에서는 리더가 되기도 하며 팔로워가 되는 다양한 역동적인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채용의 인터뷰에서는 함께 일하는 실무담당자와 함께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속한 조직에서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 함께해도 좋은 사람인가? 두 번째, 우리들을 한 단계 높여주는사람들인가? 이렇게 크게 두 가지를 놓고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가장 소중한 경험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구성원은 입사 초기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고 앞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쏟는 피면접자를 보면서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과 다른 열정의 동료를 보게 된다면 자신의 컨디션을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소신과 신념 있는 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인 듯하다. 우리는 누구나 새로운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살아가기 참 어렵다. 소위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지만 코드도 맞춰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끼리가 되려면 충분한 시간과 대화가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언제부터 친분이 두터웠던가? 속 얘기를 터놓는 시점은 언제부터였을까?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막역한 사이가 되는 나를 발견하지 않았는가? 신념과 이념, 그리고 철학.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따뜻한 마음씨와 감사함이 수반되지 않은 존중은 가면 쓴 늑대와 같이 사람을 깊게 알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 한마디는 그 어떤 영향력보다도 대단하며, 사람을 대할 때 가슴에서 나오는 진심의 질문과 답변이 깊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사람을 보는 눈은 가슴으로 향해야 한다. 아픔도 슬픔도 기쁨 또한 인간이기에 느끼기에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야만 할 것이다. 눈은 보이는 것이 전부이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은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가꾼다.
임주성 플랜비디자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