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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당금에 엇갈린 당국과 금융사, 기준부터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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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충당금에 엇갈린 당국과 금융사, 기준부터 바로 세우자

“금융권은 단기적 이익 추구에 매몰돼 직면한 리스크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우(愚)를 범치 말기 바란다” 지난 14일 금융위에서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금융사에 한 ‘경고’다. 주요 금융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잠재부실 등에 대비한 충당금은 오히려 축소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제는 모호한 기준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충당금도 더 쌓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 당국의 시그널도 ‘잠재부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확보하라’란 의미다. 얼마만큼, 어떤 기준에 맞춰 충당금을 쌓으라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상으로도 금융사는 이미 넘치도록 충당금을 쌓았다. 각종 건정성 지표도 개선됐다. 금융사가 주주 이익을 추구해야할 주식회사란 점을 감안시 건전성이 충분하다면 충당금 적립을 멈추고 배당금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충당금 적립 권고는 자칫 ‘관치(官治)’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위험평가모형에 따른 예상손실 증가 관련 충분한 근거가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시 오히려 대손비용을 과도하게 계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고 일부 차주의 신용평가를 하향 조정하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고객 이탈을 야기케 된다.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크다면 은행은 신용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고스란히 서민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명확한 기준 없이 무작정 충당금을 늘린다고 능사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시 될 것은 명확한 기준 선정이다. 현재 국내은행의 경우 ‘은행업감독규정’의 자산 건전성 기준에 따라 최소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명확하다. 해당 기준상 현재 국내 은행의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과거의 예상 손실 추정 방법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예상손실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 또한 경기 변동에 따라 최소 적립 비율을 차등화하거나, 지금처럼 부실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대신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명확한 기준 없이 ‘눈치껏’ 적립하라는 말에 당위성은 없다. 당국은 막연한 추가 적립이 아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금융사에 제시해 줘야 한다. 또한 금융사들과 긴밀한 사전협의로 ‘관치’라는 꼬리표도 떼어야만 할 것이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