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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사소한 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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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사소한 성의

송준기 파지트 출판 본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송준기 파지트 출판 본부장
덤벙대지 말라. 침착해라. 학창 시절 부모님께 많이 들었던 말이다. 등교할 때 챙겨야 할 것들을 자주 놓고 다녔던 나는 "다녀오겠습니다"고 말하고서는 집 앞을 몇 걸음 나서기도 전에 다시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곤 했고,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꼼꼼하게 살피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도 이와 비슷했다. 문서에 오타를 내고, 메일에 참조를 깜빡하거나, 결재서류에 줄 맞춤이 틀려서 한 번에 결제를 통과했던 적이 없다. 빨간펜으로 여러 번 첨삭을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지금도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훌륭한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이 유독 많았던 내가 그런데도 억울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알고 있었던 실수"가 그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에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면 문제는 꼭 그곳에서 시작되곤 했다. 그 원인에 여러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의 귀찮음이고 다른 말로는 "성의 없음"이었다.
사적 공적 영역을 떠나서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 갈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모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알게 되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공감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객관적인 의견을 원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원하는 것인지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경우들이 있다. 심지어 웃음소리조차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었던 적 있다. 그런 관계의 끝은 불편함과 후회가 남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만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노력이라기보다 상대방의 헌신인 경우였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의 마무리가 좋지 않은 것은 MBTI 검사에서 P의 성향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참 힘들게 한다고 나를 지키기 위한 생각들로 자신을 감싸왔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지만 나를 감싸기만 해서는 나아지지 않는다. 성격유형 검사는 참고사항은 될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나랑 맞는 사람들하고만 살 수도 없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를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처럼 더욱 굳어진 사람이 될 뿐이다. 성장과 성숙을 향하는 우리의 삶은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매사에 성의를 더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성의 있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정성을 더 한다는 말이다. 한때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갖고 싶어서 의미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최근 주변 동료들을 보며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진정성은 내가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진심을 다했다고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일의 결과가 또는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심스럽다면 그 또한 의미 없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동안 사소하다고 생각하고 귀찮음으로 외면했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일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조금 더 치열하고 신중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채워보자.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김민석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서 울고 있는 중국 선수를 위로했던 장면과, 경기장을 떠나면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삶에 정성을 더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눈앞의 일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오늘 내 앞의 일들에 정성을 더해보자.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귀찮음을 이겨내고 번거로음을 떨쳐 내보자. 우리는 프로니까.


송준기 파지트 출판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