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도 이와 비슷했다. 문서에 오타를 내고, 메일에 참조를 깜빡하거나, 결재서류에 줄 맞춤이 틀려서 한 번에 결제를 통과했던 적이 없다. 빨간펜으로 여러 번 첨삭을 받는 것은 기본이었다. 지금도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훌륭한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피드백이 유독 많았던 내가 그런데도 억울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알고 있었던 실수"가 그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에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면 문제는 꼭 그곳에서 시작되곤 했다. 그 원인에 여러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의 귀찮음이고 다른 말로는 "성의 없음"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의 마무리가 좋지 않은 것은 MBTI 검사에서 P의 성향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참 힘들게 한다고 나를 지키기 위한 생각들로 자신을 감싸왔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지만 나를 감싸기만 해서는 나아지지 않는다. 성격유형 검사는 참고사항은 될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나랑 맞는 사람들하고만 살 수도 없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의 사고를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처럼 더욱 굳어진 사람이 될 뿐이다. 성장과 성숙을 향하는 우리의 삶은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매사에 성의를 더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김민석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서 울고 있는 중국 선수를 위로했던 장면과, 경기장을 떠나면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삶에 정성을 더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눈앞의 일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오늘 내 앞의 일들에 정성을 더해보자.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귀찮음을 이겨내고 번거로음을 떨쳐 내보자. 우리는 프로니까.
송준기 파지트 출판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