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가 중국 수출용 원유 일부에 위안화 결제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뜻하는 '페트로 위안'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느 보도했다. 지금 세계의 원유거래는 달러화 독주체제다. OPEC의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할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것이 바로 페트로 달러이다. 미국 달러화가 오늘날 강력한 기축통화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OPEC의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 기인한 바 적지않다.
사우디가 페트로 달러대신 페트로 위안에 관심을 각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카슈쿠지라는 사우디 국적의 언론인 살해 이후 급격히 악화되어 왔다. 미국은 언론인 살해의 배후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빈 살만에 대해 노골적으로 혐오를 표시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과 서우디의 전통적 협조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최근들어 사우디에서는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미국이 예멘 내전에 관해 사우디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에 나서면서 사우디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사우디는 또 지난해 미국의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프카니스탄 철수는 미국이 언제던지 사우디 안보도 포기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오로지 달러만 받고 수출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다. 1975년 부터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 지원하는 대가로 오직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에 근본적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하는 이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면 '달러 기축통화 패권'이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 사우디가 나서면 다른 산유국들도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페트로 달러는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기초이다. 그 벽돌이 빠지면 달러 기축통화하는 벽 전체가 무너질수 있다. 고유가 상황인 만큼 절대 갑인 산유국인 사우디 입장에서는 시도해 불 수 있는 카등이다. 페트로 위안을 도입하면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구미가 당기는 유혹이다. .
중국은 오래전 부터 위안화의 기축통화 진입을 위해 ‘페트로 위안’을 집요하게 추진해왔다. 페트로 달러가 구축된 것은 1974년 6월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욤 키푸르 전쟁’ 후폭풍으로 발생한 석유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군사·경제 협정을 체결했다. 그 협정의 핵심이 원유 거래 때 달러 결제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원유를 팔아 생긴 달러로 미국 채권과 군수품을 샀다. 1975년에만 사우디는 미국산 전투기 60여 대를 구매했다.
미국·사우디 동맹은 2010년대 들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셰일오일 혁명으로 미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이 급감했다. 미국으로서는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든 셈이다. 미국 입장에서 사우디는 외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할때 사우디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도 않았다. 미국이 이란과 핵 협정 복원을 시도하자 미국 안보 우산을 계속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터지면서 사태는 더 꼬였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 사이는 특히 껄끄럽다. 면죄부를 줬던 전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사우디에 신랄했다. 왕세자가 적극 개입한 예멘 내전에도 바이든은 별 관심이 없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바이든이 석유 증산을 요청하자 이번에는 왕세자가 시큰둥하게 나왔다. 그 벌어진 틈을 중국이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왕세자 프로젝트에 거액의 자금을 대며 환심을 샀다. 사우디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됐다.
물론 사우디가 실제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지는 분명치 않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페트로 달러 카드를 꺼내곤 했다. 사우디의 부담도 있다.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사우디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덜 안정적인 통화로 원유를 팔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뉴욕증시에서는 사우디와 중국이 페트로 달러 대신 페트로 위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하고 있다. 사우디와의 관계악화는 국제유가의 급등과 그로 인한 뉴욕증시의 하락으로 이어질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가 페트로 달러의 끈을 끊어 버릴 때에는 미국과 사우디가 안보에서 적대관계로 치달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칸 반도를 넘어 국제유가와 뉴욕증시를 흔드는 이유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