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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표심얻기 도구로 전락한 국책은행 이전,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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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표심얻기 도구로 전락한 국책은행 이전,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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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신민호 기자
윤 당선인이 대선을 앞두고 내세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이 점차 현실화 되자 산업은행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16일 윤 당선인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관련 공약을 재확인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선거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내세운 만큼 이번 회동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선거 수단으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도 여당 측이 총선 이후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는 야당에서 부산에 산은 등 정책 금융기관 이전을 약속했다.

‘지방의 균형 발전’을 내건 후보들의 레퍼토리도 똑같다. 공약을 대학생 레포트에 비유한다면 복붙(복사하여 붙여넣기)을 한 댓가로 ‘F학점’이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실패라는 결과가 뻔히 나와도 매번 같은 말만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총 153개 공공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결과 모두 실패였다. 지역 경제성장 효과 면에서 공공 기관 지방 활성화 시점인 2012년도에는 기업들이 높은 창업률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폐업률만 늘었다.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입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이후 인구수는 급격히 하락했다.

공공기관 이전을 마친 혁신도시의 실질 총소득도 2010~2013년 11.3%에서 2013~2016년 12.7%로 소폭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총 소득은 13%에서 16% 증가했다. 경제성장 격차도 더 벌어졌음은 물론 이전한 공공기관의 임직원 만족도 역시 46.5%로 매우 낮았다.

뿐만 아니다. 부산과 전주로 이전한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국민연금의 2020년 당기순이익은 2016년 대비 각각 810.2%, 50.8%씩 줄었다. 같은 기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적자도 각각 16.21%, 13.29%씩 확대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이전 과정에서 자금운용인력 140여명이 퇴사했으며, 충원도 원활치 않아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서는 국책은행의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해당 공약은)기업과 산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금융노조 역시 성명문을 통해 “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업무상 비효율과 인력유출로 경쟁력만 약화돼 대한민국 전체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노사가 한 목소리로 성토하는 사안도 흔치 않다. 반대 이유도 명확하다. 금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금융이란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조정해 융통하는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와 노하우, 그리고 여러 기관과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는 필수다. 세계 주요 은행들의 본점 대다수가 수도나 경제 중심지에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네 구멍가게가 이전해도 단골생성이나 거래처 확보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을 요한다. 하물며 국내외 수많은 금융사나 기업들과 수 십 년 간 교류하며 쌓아온 기반을 송두리째 날리고 새로운 곳에서 이를 다시 쌓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자못 가늠키 어렵다. 특히 주요기업이나 공공기관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데, 산은만 홀로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지역 발전에 효과가 나타날 지도 의문이다. 결국, 국책은행의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일차원적 논리를 내세워 지역민에게 선심 쓰듯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지만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국책은행의 이전이 또 다시 정치권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이용해 지방민의 표를 얻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은행과 산업, 그리고 표를 건넨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금융 산업이 언제까지 표심 얻기 도구로 전락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