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처럼 요즘 거리에 서면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피워올린 꽃들로 인해 세상이 한결 환해져서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천변 둑을 따라 피어난 샛노란 개나리도 어여쁘고, 만개한 매화 향기에 스치면 가슴까지 환해지는 듯하다. 좋은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답답하기만 한 세상이지만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눈부신 꽃들을 피워내고 세상을 환하게 바꾸어 놓는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에게 희망을 속삭이는 봄이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 아름다운 봄의 향연을 볼 수 없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스아워(Earth Hour)는 지구를 뜻하는 Earth와 시간을 의미하는 Hour를 합친 말이다. 2007년 WWF 호주에서 처음 시작한 세계적인 자연보전 캠페인으로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실시된다. 어스아워의 '1시간 소등'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자는 범세계적인 약속의 상징이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되어 현재 190여 개국 2만여 개의 랜드마크가 참여하고 있다.
어스아워는 환경 문제에 있어 개인 역할의 중요성 인식하고, 이를 변화의 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캠페인으로 초창기에는 기후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자연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스아워를 주관하는 WWF(세계자연기금) 측은 "행사를 통해 단순히 전기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을 보전하는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생활 습관'(One Planet Lifestyle)을 주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불을 끄는 사소한 습관을 시작으로 더 다양하게 환경을 보전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까짓 전등 하나 끈다고 해서 기후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2016년 WWF가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어스아워(Earth Hour) 캠페인의 결과는 실로 놀랍다. 단 한 시간 소등으로 공공건물에서만 무려 693만여 KWH의 전력과 3131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이는 약 112만 7천 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푸른 별 지구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은 환경단체나 특정인에게 국한된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 사람이 전등 하나를 끄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예방하고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을 수도 있다. 캠페인을 위해 잠시 불을 끄는 행위도 소중하지만 평소에도 불필요한 전등 끄기를 생활화한다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