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경우, 현장을 돌아다니던 기자들은 기자실 문을 닫아. 졸지에 유랑민 신세가 됐다. 갈곳이 없었던 기자들은 출입처 근처 또는 서울 시내 카페에 몰렸다. 한 브랜드 카페 이름을 풍자해 ‘스자실’이라고 부른 것도 이때였다. 취재원 얼굴을 보고 만날 기회는 극히 줄었고, 사업장을 찾아가 취재하는 일도 금지되었다. 전화나 문자로 통화하는 것은 피드백이 오기까지 대기시간이 길어져 효과는 높지 않았다. ‘누구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은 뒤 기사를 써여 하는가’가 늘 고민이었다.
갑작스런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모든 것이 바뀐 그 때는 지나온 시간 동안 몸으로 익혔던 관행과 습관은 전혀 쓸모가 없어졌다. 10년 이상 경력이 쌓여 출입처 취재원들과 눈을 맞춰 본 기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갓 입사한 신입 기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입처 담당자들과 미팅 일정도 제대로 잡기도 어려워 취재 및 기사 작성에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기자 사례를 들었는데, 전 대한민국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대신 충격과 공포로 여겨졌던 비대면 사회가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고 퇴근하는 이들은 재택근무라는 환경이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했다. 매출과 수익 감소에 대해 강한 우려를 예상했던 기업들조차 오히려 성장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비대면은 큰 문제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체험한 기업들은 그에 맞춘 직원 관리제도를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4월 들어 주요 기업들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사무실 근무제도로 전환한다고 한다. 첫 테이프는 포스코가 끊었다. 4일부터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사무직군은 이날 사무실로 전원 출근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 CJ 등 대기업들도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의 효용성은 있지만, 그럼에도 시무실 근무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일상으로의 북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환영하는 것은 아닌 것같다. 입사 지원시 근무조건으로 재택을 내세웠던 젊은 직원들은 대면 근무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한다.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도 고민거리다. 확진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방역당국의 정책도 널뛰기를 거듭했다. 이런데 재택근무의 마침표를 찍는 게 맞는 것인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라!(Back to the Office!)”는 소속 기업의 요구가 직원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기업들도 사무실 근무 결정이 조심스럽다. 유연 근무제와 거점 오피스 근무제 시행 등을 통해 기존 제도의 폐해를 보완하면서 혹시라도 있을 부작용을 막는데 열중하고 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에 따른 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대면으로의 복귀가 정상화되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