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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재택근무의 진가를 발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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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재택근무의 진가를 발휘하려면

김민숙 플랜비디자인 주임 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김민숙 플랜비디자인 주임 컨설턴트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재택근무가 기업의 주된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3년이다. 항간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재택근무가 주된 근무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일하는 문화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뉴스 기사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업무와 일상생활이 분리되지 못해서 생기는 피로감, 업무 관계 형성 및 소통의 어려움 등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에는 이를 만회할 만한 확실한 이점이 존재한다. 우선, 효율적으로 쓸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르거나 화장하는 소위 '겉치장'에도 매일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대신 업무를 더 일찍 시작하거나 운동, 외국어공부 등의 자기 계발 활동에 1~2시간 정도를 더 투자할 수 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또 하나의 이점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할 일만 제때 한다면 일하는 시간, 식사 시간, 휴식 시간을 모두 본인이 알아서 정할 수 있다. 일이 가장 잘 되는 시간과 가장 잘 쉴 수 있는 시간을 이미 알고 있다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에게 최적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고,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지, 어떻게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본인의 건강 상태, 목표, 기호, 신념 등이 우선순위로 자리 잡게 되면 보다 책임감 있게,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할 동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업무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마찰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을 일이 거의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소통이 필요할 경우에는 잔디와 카카오톡, 전화,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소통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혼자서 할 일을 하면 된다. 타인의 언행과 관계에 의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동료, 상사와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대면 업무 환경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팀이나 부서별로 온·오프라인 방식의 네트워킹 시간을 월 단위나 연 단위로 가진다면 개선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재택근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이 또한 개인에 따라, 그리고 조직문화에 따라 효과적으로 발현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만약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조직의 규율에 그대로 따르기를 강요하는 회사라면 똑같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만족도를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조직에는 개인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결여되어 있다. 혹은 이를 표방한다고 해도 조직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한다. 높은 직급으로의 승진이나 연봉 인상 등의 물질적인 보상과 별개로 지금보다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혹은 본인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이 자신에게 해줬으면 하는 일을 쉽게 말할 수 있는 구성원은 거의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태도이다. 리더는 조직 전체의 성과는 리더만의 성과가 아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성과가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물임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구성원 개인의 목표와 성과에도 관심을 갖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 본인의 일과 목표에 대한 판단을 신뢰함으로써 개인이 자유롭게 일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구성원이 본인의 업무수행 방식과 방향을 스스로 기획하고 발전시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자, 재택근무를 비롯한 새로운 근무 형태가 실질적으로 조직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본인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조직 구성원의 노력, 그리고 일의 본질에 집중하고, 구성원 개인의 판단을 조직의 결정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가 있다면 재택근무제도 역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근무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민숙 플랜비디자인 주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