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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공통언어를 향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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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공통언어를 향한 꿈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이미지 확대보기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
여성 직장인 A씨의 이야기이다. 최근 연구실의 박사보조로 파트타임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근무시간도 10시~15시. 퇴근 후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었다.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다가 결혼을 하고 바로 육아에 내몰린 A씨는 9년을 기다려서야 일하고 싶었던 분야의 파트타임 일을 구할 수 있었다. 구직 하기까지 타이밍이 잘 맞지 않기도 했고, 오랜 시간 쉰 탓에 사회로 복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에 힘들었다고 했지만 언제 그랬었냐는 듯 전화기 너머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합격 사실을 알려 주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나 여전히 이러한 상황에 놓인 지인들이 많이 있다. 육아로 인해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면 대부분이 여성들의 몫이며, 게다가 긴 육아휴직이 보장되고 돌봄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초년생 때 만나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던 친구들의 대부분은 이제 사회에서 만날 수 없다. 실제로 여성정책연구원의 2016년 기업 직급별 여성비율 조사를 보면 사원직급 45%에서 시작해 과장까지 31.4%를 차지하다 차장부터 13.6%로 급감한다. 글로벌 조사도 국내보다 약간 높으나 다르지 않다. 2019년 맥킨지의 조사를 보면 신입직원 여성비중 48%에서 시작해 팀장급은 34%, 임원급은 26%로 비중이 낮아진다. 다른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 번째는 제도적인 부분이다. 아직도 출산과 육아를 겪고 돌아오면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능력의 갭, 그리고 평가에까지 반영되는 제도로 인해 여성들은 더 이상 남성들 만큼 올라가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그렇게 대부분은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조직에서 사라진다. 두 번째는 여성들 스스로 갖는 두려움이다. 예전에 어떤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한 가지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 프로그램은 매 회 컨셉에 맞는 전문가나 일반인들을 섭외해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라 종종 능력 있고 재기 넘치는 직장인들도 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직장인 여성들의 인터뷰에는 일을 하느라 아이에게 신경 못쓰는 미안함, 죄책감이 상당히 많이 드러났다. 엄마로서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플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감정들을 드러냈다. 물론 직장인 남성들도 그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같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내주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 희생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남성보다 여성은 완벽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휴랫팩커드의 사내보고서를 보면 '여성은 필요조건을 100% 충족해야 공개채용직에 지원하는 반면 남성은 필요조건의 60%를 충족한다고 생각하면 지원한다'고 한다. DDI의 연구에서도 많은 직장 여성들이 자신이 동료 남성보다 능력이 뒤진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여성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으로 인해 완벽주의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이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외부의 목소리인지 내 마음속의 목소리인지.
미국의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집 「공통언어를 향한 꿈」에는 남성의 언어와 시선이 아닌 여성의 언어, 여성의 정의로만 시를 채우려는 노력이 가득하다. 우리와 같은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동시에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말라는 메시지들이 적혀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제는 이유조차 찾기 어려운 성별에 대한 혐오와 갈등, 정치권의 갈라치기 등. 하지만 이 시집의 제목처럼 우리가 공통언어를 찾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성이 그들의 언어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래서 나아가 여성과 남성이 아닌 공통의 생각과 언어로 서로를 바라보는 세상을 만드는 힘을 키우는 것. 외부에서 온 말과 정의로 인해 스스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 내린 정의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그래서 세상이 말하는 완벽한 엄마나 완벽한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것 말이다. 이런 여성들이 사회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연대해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연약함과 상처를 부인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는 수많은 여성들이 그의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용기를 주는지 기억하면서 말이다.


김아름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