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 2차 추경 이후 정부의 총 지출은 약 6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의 본예산 558조 원보다 무려 100조 원이나 불어난 액수다. 불과 1년 5개월 사이 정부의 씀씀이가 17% 넘게 증가한 것이다.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은 일제히 긴축에 돌입했다. 독일은 올 정부 지출 규모를 전년 대비 19.1% 줄였다. 바이든의 미국은 올 재정지출을 1% 삭감했다. 미국은 특히 재정지출 가운데 복지 등 의무지출을 전년 대비 1.9% 줄여 재정 중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같은 글로벌 추세에는 아랑속 없이 윤석열 정부는 추경안 통과를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무산될 경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총리 대행으로 13일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가결한 다음 그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큰 정부와 재정확대를 표방해 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예산을 비판하면서 표를 얻었다. 많은 국민들이 재정건정성을 다짐한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 윤석열 정부가 취임도 하기 전에 재전건정성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슈퍼 추경부터 치고 나오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추경이란 추가경정예산안의 약자이다. 예산 성립 후에 생긴 사유로 인하여 이미 성립한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편성하는 예산을 추경이라고 부른다. 헌법 제56조의 규정이다. 추경은 본 예산에 대비되는 용어이다. 본 예산을 수정한다는 점에서 보정(補正)예산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5월이다.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도 7개월 이상 남아있다. 예산을 집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차질이 발생했을 때 하는 것이 추경이다. 연초부터 추경을 하는 것은 지난해 연말 여야합의로 통과시키 예산안이 잘못됐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패키지 지원을 위한 추경 규모는 윤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에서 약 17조원 줄어든 3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지난 3월 1차 추경 17조원에 더해 50조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1,2차를 합하면 결국 50조원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해 "추경 재원을 조달함에 있어 세계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는 가용재원을 최대한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후보자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을 포함하면서도 재정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채 발행은 최근의 국고채 금리 상승 추이, 국고채 수급 여력 등을 감안해 가장 후순위 대안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추경호 장관 후보자는 구체적인 추경 재원으로 작년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등을 거론했다.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 3조3000억 원이 있다. 특별회계에서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추경호 후보자의 설명이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잔여분 2조5000억 원 중 회계별 수입 여건 등에 대한 검토 후 추경 재원 활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한은 잉여금은 예산 대비 초과 납부액인 1조4000억 원이 추경 가용 재원으로 언급했다. 추 후보자는 이외에도 "기금 여유자금, 지출 구조조정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모두 털어 모아도 33조 원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 부족액은 세금을 더 걷거나 국고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국가재정법상 셰계잉여금과 잉여금도 원칙적으로 국가채무상황에 우선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영업을 제한당한 상공업자를 지원하자는 그 선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추경의 선 기능도 물론 적지 않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추경으로 마련한 재난지원금이 가뭄의 단비일 수 있다. 추경을 통한 유동성의 살포는 내수 소비를 진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거시경제 여건이 추경을 하기에는 상당히 생뚱맞다는 점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잇단 추경으로 예산여유분을 사실상 고갈시킨 상황이다.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고 추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추경으로 인한 물가폭등 우려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경할 때는 물가가 하락 기조였다. 물가 하락기조속에서는 추경을 통한 통화팽창이 나름 명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인플레 망국론 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슈퍼추경을 하는 것은 인플레 불바다에 기름을 퍼붓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자료를 분석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한국의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7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660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415조5000억 원 늘어났다. 이 기간 증가율 62.9%는 그 전 정부 (2013~2017년)의 34.8%를 무려 28.1%포인트나 웃돈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한 일반정부 부채의 연 평균 증가율은 2012~2023년 3.2%로 OECD 평균(1.8%)보다 크게 높았다. 재정위기 국가로 꼽히는 그리스(2.0%)보다 높은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20년 45.4%에서 2023년 52.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OECD 33개국 중 18개국은 같은 기간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은 그 반대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추경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