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하루 전인 26일 0.9원 오른 1250.8원으로 마감했다. 이 환율은 27일 각 시중은행의 기준환율로 활용된다. 시장 환율이 종가 기준 125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3월 23일의 1266.50원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펜데믹 때 상황으로 환율이 치솟은 것이다,
원화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은 대박이다.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더 잘된다. 문제는 물가다. 원자재 폭등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물가는 이미 비상상황이다. 이 마당에 환율까지 급등하면 원자재 값 폭등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을 더 가속화 시킬 수 밖에 없다. 외화 채권을 많이 쓰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자상환 부담도 가증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난 12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이 1230원을 넘었는데, 이제까지 지켜봐 왔던 환율 수준에서는 지금이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도 환율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관찰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시장 안정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은 홍남기 부총리와 정반대이다.
이창용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환율을 더 올랐다. 결국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속았다. 기획재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일시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을 이창용 총재가 또 끌어올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이 1250원의 환율 레벨을 용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평소 성장파로 알려진 이창용 총재가 수출 확대를 위해 환율 상승을 용인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에 비해 원화가 덜 약세를 보였다는 이창용 총재의 발언이 부분적으로 맞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연말 95.593에서 4월25일 현재 101.769로 6.4% 올랐다. 이에 비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188.8원에서 25일 1249.9원으로 올 들어 5.1% 상승했다. 달러 강세에 비해서 원하 절하폭은 낮다. 그렇다고 1250원을 돌파한 우리 환율에 문제가 없다는 언급은 시장 고통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우리 원화환율 상승률은 뉴질랜드(3.3%)나 캐나다(0.6%)고 비교하며 오히려 높다.
환율 관리의 총책임자인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수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곧 외환당국의 목표 환율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이창용 총재는 좀 더 신중해어야 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