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투자계획을 보면 삼성은 5년간 450조 원(국내에서는 36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 부문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년동안 투자한 330조 원보다 120조 원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로보틱스를 포함한 친환경·신사업 분야 등에 2025년까지 6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신성장 부문에 37조 원을, 한화그룹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분야에 37조6000억 원(국내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두산그룹은 향후 5년간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GS는 5년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1조 원 투자를 확정했으며, 부문별로 에너지에 14조 원, 유통·서비스에 3조 원, 건설·인프라에 4조 원을 투입한다. 포스코는 국내 33조 원을 포함, 총 53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내 경제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5년간 총 21조 원을,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등에 총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투자가 반드시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을 지출하는 것을 투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 자금은 주로 외부에서 차입해 온다. 문제는 투자의 수익율이다. 투자를 했는데 거기서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면 낭패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즉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것이 이자보상배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1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본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좀비 기업 즉 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3년 연속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라면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면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가 된다. 투자를 해 제대로 수익을 얻지 못하면 기업이 망할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한 경우에도 이자보상배율은 중요하다. 여유돈으로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자만큼은 벌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 투자수익율이 이자보상배율을 밑돌면 순 자본이 줄어들아 결국은 좀비기업으로 전락 할수 있다. 투자는 그 투자로 얼마의 수익을 올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어설픈 투자는 기업을 망치고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바로 투자에 달려있다. 우리가 기업들의 투자 발표를 예의주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모든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고 한날 한시에 보도자료를 내고있다. 기업마다 다른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보이다. 거액의 투자발표를 하면서도 이사회도 한번 열지 않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추어 눈도장을 찍으려고 억지로 쥐어짜낸 투자 계획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든 기업들이 5년 단위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어색하다. 기업의 회계연도는 1년이다. 기업회계에 5년단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중장기 계획을 세울수는 있다. 그런데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재벌그룹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와 똑같은 2022년부터 2027까지의 5년에 맞추어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오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엄청난 투자 발표가 주식 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의 투자 발표를 새로 출발한 정권에 대한 단순한 립 서비스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라는 방증이다. 식상한 스토리가 반복되면 발표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숫자가 숫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