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6·1 지방선거를 꼭 사흘 앞둔 29일 심야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을 위한 중앙정부 지출 39조원과 지방교부금 23조원을 합친 모두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즉 추경안을 의결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사흘 만인 지난 13일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국회통과 추경은 정부가 제출한 59조4천억원보다 2조6천억원 더 늘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추경안은 재석 252인 가운데 찬성 246인로 통과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는 반대했다. 기권은 5인이다. 민주당 민형배 양이원영 강민정 최혜영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권했다.
또 아번 추경안에는 총 7조2천억원의 방역 보강 예산도 담겼다. 기존 6조1천억원에서 코로나19 격리 치료비, 진단검사비, 사망자 장례비,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 등이 추가되면서 여야 협의 과정에서 1조1천억원이 증액됐다. 추경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및 소득 역전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초과세수 가운데 9조원의 국채를 상환하려 했으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지출이 늘면서 국채 상환 규모는 7조5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빠르면 30일 오후부터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골머리를 앓는 와중의 대규모 추경은 한국 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62조원을 한꺼번에 푸는 것은 가뜩이나 고공비행 중인 물가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을 늘리며 소비를 강제하는 것도 방향착오다. 15년 만에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의 행보와 심각한 엇박자다. 재정 부담이 커지는 점도 우려된다. 추경 핵심 재원인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제대로 걷힐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행마저 올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한 마당에 기획재정부의 초과세수 추계가 기본적으로 너무 낙관적이다. 초과세수가 부족하면 결국 국채 발행으로 보전할 수밖 에 없다.
추경 과정에서 추경호 부총리의 말바꾸기는 극에 달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올 1월 “초과세수가 생겼으면 빚을 줄여야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건 맞지 않다. 선거용 매표 추경이다.”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 "3월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정부 당초 예상보다 10조 원 더 걷히는 초과세수를 활용해 소상공인에게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살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날을 새웠다. 그동안 국민의 힘은 ‘현금 살포’ 추경을 추진할 때마다 민주당을 비판해왔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집권 여당이 된 지 하루 만인 11일 "다음 달 1일 지방선거 전까지 소상공인 370만 명에게 최소 6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26일까지 반드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셈이다. 재정건전성을 무엇보다고 강조해온 보수 세력의 배신은 내놓고 확대재정을 주장해온 민주당 보다 더 무섭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