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00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가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8년6개월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마저도 거의 숨만 쉬면서 악착같이 모았을 때 가능한 얘기다. 서울의 주요 지역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강남권은 20억을, 비강남권도 9억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에게는 집이 전 재산이라는 웃을 수만은 없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집에 모든 것을 걸고, 또 집이 전부인 나라. 오죽하면 정권교체의 원인을 집값 못 잡은 것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집값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인 듯하다.
남성들은 변변한 집 한 칸 없는 나에게 누가 시집오겠냐고 하소연한다. 여성들은 여성들대로 아무리 사랑해도 평생 이사나 다니면서 좁은 집에서 고생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결혼하지 않으니 아이를 낳을 리도 만무하다.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부부만 사는 ‘딩크족’도 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결국 대한민국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를 이루는 핵심인 국민이 없는 극단적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다시 꿈꾸게 해야 한다. 알뜰살뜰 아끼고 저축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그곳에서 아빠와 엄마를 닮은 아들, 딸을 낳고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가는 꿈 말이다. 너무나 평범해 보여서 거창하게 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그 꿈 말이다. 그냥 소시민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과연 젊은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정치권도 선거철에나 표(票)를 얻기 위한 요란한 구호성 대책을 내어놓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 딸들이 혹은 손자, 손녀가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어놓아야 한다.
부동산대책이라며 요란한 숫자들만 내어놓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실제로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정부마다 공급하겠다던 그 많은 아파트는 다 어디 갔는가. 요란하게 발표했던 그 많은 아파트 중 실제로 공급된 아파트들은 얼마나 되는가. 그 중 젊은이들에게 돌아간 아파트는 과연 몇 채나 될 것인가. 새 정부도 그 전 정부의 객기 정도로 치부해선 안된다. 전 정부에서 발표된 것들이라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아파트를, 그것도 젊은이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선거에서 터져 나왔던 부동산 관련 불만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민심은 또 돌아설 것이다. 내가 잘해서 얻은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자살골로 얻은 어부지리 승리임을 자각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행복하면 3대가 행복하다. 그의 부모들과 미래의 자손들까지 말이다. 국회의원 1명이 받는 세비가 연간 2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집이 없어 결혼을 못 하는 청년 2~3명에게 집을 사주고 주례를 서줬다는 국회의원의 미담이 들려오길 기다리는 건 정녕 부질없는 헛된 꿈인 걸까.
이상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rinebo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