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이 와르르 급락하고 있다. 한동안 무섭게 오르던 환율이 꺽인 것이다.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인플레 피크아웃으로 달러인덱스가 하락한 탓으로 보인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루전 17.6원 내린 달러당 1,238.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며 달러화 강세가 진정된 영향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이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 등이 겹치면서 30일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로 급락했다.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가 진정됐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결정할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제지표이다, 물가가 피크 아웃 가능성을 보이면서 연준이 6월과 7월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기존의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근거가 희석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1.5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중국이 6월 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기업 업무가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데 따른 기대감에 위안화도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환율은 장 초반 1,250원대에서 등락하던 오후 들어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다 1,230원대에서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53.0원, 저점은 1,238.2원이다. 장중 변동 폭은 14.8원이었다. 네고(달러 매도) 물량과 역외 숏플레이(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달러화를 파는 행위) 등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낙폭을 키워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3천559억원, 기관은 4천194억원 순매수했다.
한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들이 3일 연속 주식을 사 모으며 코스피가 2660선을 회복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31.61포인트(1.20%) 오른 2669.66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672.74로 오르며 267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558억 원, 4193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지난 3거래일간 6669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의 3분의 1인 1084억 원을 삼성전자에 투입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80% 오른 6만 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네이버(4.07%), 카카오(035720)(2.69%), LG에너지솔루션(2.09%), 삼성전자(1.80%), LG화학(051910)(1.27%),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08%), 현대차(005380)(1.08%), SK하이닉스(0.94%), 기아(0.84%) 등이 강세였다. 코스피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서고 경기 침체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기술적 반등, 안도 랠리가 일어난 것으호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발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지속 등 변수가 여전한 상황이다. 투자 심리나 변동성 지표상으로는 현재 지수 레벨이 바닥권 도달 신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후의 유의미한 반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의 경로와 레벨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지수는 물가 지표 둔화로 상승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주요 경제 지표에서 확인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긴축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76% 오른 3만3212.9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47% 상승한 4158.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33% 뛴 1만2131.13으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전장보다 0.06%포인트 오른 2.743%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25% 상승한 2.4839%로 집계됐다.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미 양국은 21일 공동선언문에서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외환시장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증진하기 위해 양 정상은 외환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양 정상은 공정하고 시장에 기반한 경쟁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핵심적 이익을 공유하며 시장 왜곡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에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 인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이후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등 통화동맹 체결을 포함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국은행 등 양국 중앙은행 간 물밑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