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원자의 관상이 중요하다며 면접관 옆에 유명한 관상가를 두고 선발을 진행한 곳도 있었다. '역량(competence)'이라는 개념이 주목 받자 역량에서 비롯된 특정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몇몇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임원과의 저녁 회식이나 등산, 운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자, 이렇게 치열한 고민과 시도 끝에 우수한 인재를 모셔왔으니 이제 조직은 그들이 멋진 성과를 내주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조직 안에 우리와 핏이 잘 맞는 적합한 인재들을 배치해 놓았으니 별다른 문제와 갈등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쭉 잘 지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조직이 사람을 통해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서 지능이나 성격, 혹은 강점과 같은 긍정적인 행동만을 고려해서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인간은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하지 않을뿐더러, 특정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고, 환경과 역할이 변함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모두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폴리우스(Paulhus)와 윌리엄스(Williams)는 사람의 어두운 성격 특성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다. 먼저 나르시시즘 (Narcissism)은 과도한 자기 과시와 주목 욕구로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려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칭찬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익과 야망에 초점을 맞추며 관계보다는 돈과 권력을 추구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y)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동정심이 결여되어 있고 충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과연 조직에 존재하는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15년간의 종단 연구 결과에서는 기업 이사회 멤버들의 사이코 패스적 성향이 일반 조직 구성원들보다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어두운 특성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극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매우 친숙한 사람과 같이 있을 경우와 같이 스스로 통제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주어지면 드러나게 된다.
조직에서 발견되는 어두운 측면의 이야기를 다룬 책에는 조직을 망치는 법이 담긴 스무 개의 편지가 등장한다. 악마 '딜레마'가 14년 차 직장인 L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 책에서 딜레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때론 인간이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정의'를 '상식'이라 여기며 편협하고 고집스럽 게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욕망에 탐닉한다."
지금도 우리 옆에서 은밀하게 속삭이는 딜레마의 유혹에 조심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우리 조직이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 우리 조직 안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 욕망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과 핏이 좋은 사람들은 어떠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가?
최지훈 메드트로닉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