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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채용 후 딜레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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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채용 후 딜레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최지훈 메드트로닉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저자)이미지 확대보기
최지훈 메드트로닉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저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 무엇이 미래의 성과를 예측해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여러 조직과 연구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밝히고자 했던 주제 중 하나이다. 특히 기업 조직은 채용 장면에서 미래의 성과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지금까지 꽤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어느 회사는 입시 성적이 높은 학교를 졸업한 인재가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소위 'SKY 대학' 출신의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였다.

또 지원자의 관상이 중요하다며 면접관 옆에 유명한 관상가를 두고 선발을 진행한 곳도 있었다. '역량(competence)'이라는 개념이 주목 받자 역량에서 비롯된 특정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평가하기 위해 몇몇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임원과의 저녁 회식이나 등산, 운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적성 검사'는 기업이 인재 선발 과정에서 미래 성과 예측을 위해 지금까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름 그대로 인성검사(Personality Test)와 적성검사(Aptitude Test)로 이루어진 인적성 검사는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인성을 갖춘 동시에 직무 적합도가 높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비단 대기업만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인재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핏(fit, 적합성)'을 강조한다. 후보자와의 핏이 좋으면 후보자가 조직에 잘 적응하고 이후에 우수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의 스타트업 조직들은 창업자가 직접 선발 과정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채용 담당자는 커피챗(Coffee Chat, 비공식적인 대화나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후보자와 조직 사이의 핏을 사전에 점검해 보기도 한다.

자, 이렇게 치열한 고민과 시도 끝에 우수한 인재를 모셔왔으니 이제 조직은 그들이 멋진 성과를 내주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조직 안에 우리와 핏이 잘 맞는 적합한 인재들을 배치해 놓았으니 별다른 문제와 갈등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쭉 잘 지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쉽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모셔온 우수 인재가 조직에 그득하다고 하더라도 조직에는 끊임없이 왜곡과 모순, 갈등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내가 생각하는 경계를 침범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강요한다. 또 어떤 사람은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권리만을 요구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권한 없는 책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역할과 역할이 충돌하고 가치와 가치가 부딪힌다. 경험과 또 다른 경험이 서로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관점과 또 다른 관점이 서로를 밀어내며, 선택과 또 다른 선택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 안에 각종 '딜레마(Dilemma)'가 난무한다. 각자의 주장이 나름의 합리성과 명분을 내세우며 어지럽게 춤을 춘다.

조직이 사람을 통해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기 위해서 지능이나 성격, 혹은 강점과 같은 긍정적인 행동만을 고려해서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인간은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하지 않을뿐더러, 특정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고, 환경과 역할이 변함에 따라 인간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모두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폴리우스(Paulhus)와 윌리엄스(Williams)는 사람의 어두운 성격 특성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다. 먼저 나르시시즘 (Narcissism)은 과도한 자기 과시와 주목 욕구로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려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칭찬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익과 야망에 초점을 맞추며 관계보다는 돈과 권력을 추구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y)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동정심이 결여되어 있고 충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 과연 조직에 존재하는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15년간의 종단 연구 결과에서는 기업 이사회 멤버들의 사이코 패스적 성향이 일반 조직 구성원들보다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어두운 특성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극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매우 친숙한 사람과 같이 있을 경우와 같이 스스로 통제감이 떨어지는 상황이 주어지면 드러나게 된다.

조직에서 발견되는 어두운 측면의 이야기를 다룬 책에는 조직을 망치는 법이 담긴 스무 개의 편지가 등장한다. 악마 '딜레마'가 14년 차 직장인 L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 책에서 딜레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때론 인간이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정의'를 '상식'이라 여기며 편협하고 고집스럽 게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욕망에 탐닉한다."

지금도 우리 옆에서 은밀하게 속삭이는 딜레마의 유혹에 조심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우리 조직이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 우리 조직 안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인가? 그 욕망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과 핏이 좋은 사람들은 어떠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가?


최지훈 메드트로닉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