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일본 통화당국의 금융완화 정책에 주로 기인한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으로 의도적으로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긴축적 통화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달러나 유럽유로화에 비헤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 등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그 반대로 경기 부양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엔저를 통한 경기 회복론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의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지금의 엔저는 물가 상승만 부추기고 긍정적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이른바 '나쁜 엔저'이론이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나쁜 엔저"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외로 공장이 많이 나가도 핵심 부품과 소재는 여전이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는 만큼 엔저가 수출확대와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런 각도에서 통화의 긴축 정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확인했다. 현 상황에서 통화 긴축은 전혀 적합한 조치가 아니며 오히려 "지금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일본의 4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일본은행의 2% 물가 목표에 근접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그러나 상품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없는 만큼 근원물가 상승은 일시에 그칠 것으로 보고있다. 내년에는 1.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견실한 임금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강도높은 통화완화 정책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고 소비자들도 물가인상을 더 용인하고 있는 만큼 BOJ는 안정된 인플레이션 혹은 연평균 2% 물가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다짐이다. .
다만 엔화 약세의 속도에는 조절론이 나온다. 엔화약세(엔달러 환율 상승)와 관련해 구로다 총재는 "엔화 약세가 급속하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positive)"면서 통화의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기초여건을 반영한 것이라는 판에 박힌 말을 되풀이했다. 급속한 환율 상승은 막겠지만 대세 상승기조는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구로다 총재는 특히 " 일본은행은 경제안정과 물가안정간의 트레이드 오프해햐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 않다"면서 " 그런만큼 총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을 틀림없이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J는 기준금리의 하나인 단기 이자율을 마이너스 0.1%로 정하고 있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제로 수준'을 유도하고 있다. 바로 '제로 금리 프로그램' 정책이다. BOJ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율 0.25%를 넘어선다면 국채를 0.25% 고정금리로 무한대로 매입해 시중금리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엔화 약세의 핵심고리이다. 미국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를 돌파했다. 두 나라의 금리차가 엔화가치 급락의 고리이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엔를 팔도록 해 엔화 약세를 더 가속화시킨다.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있다. 일본어로 失われた10年 즉 우시나와레타 주넨이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의 극심한 장기 침체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1990년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하였고 그로 인해 일본은 10년 넘게 0%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잃어버린 10년은 거품 경제 후유증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아키히토 천황이 즉위한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하여 일본에서는 헤이세이 불황(平成不況)이라고도 한다. 기간이 점점 길어져 잃어버린 20년 즉 失われた20年 우시나와레타 니주넨 또는 잃어버린 30년 失われた30年 우시나와레타 산주넨이라는 말도 있다.
이를 돌파하기위해서는 엔화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엔화 약세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