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 회사에 맞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외부 언론에 보도될 만큼 특색 있고 독특한 문화를 만들기 이전에, 기본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금부터 말하는 고려사항들은 최대치가 아닌 '이것만은 지키자'는 최소치에 관한 것이다.
21년 9월에는 대전의 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 잘못된 조직문화가 꼽혔다. 부당한 업무지시(출근 1시간 전 일찍 출근하여 상사의 커피를 타라고 지시), 직장 내 따돌림(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등 투명인간 취급)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둘째, 목표 달성과 생존에 적합해야 한다. '생존'이라는 프레임으로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수평적인 문화, 투명한 정보공개, 피드백 문화도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한다.
과거와 달리 정보량이 너무나 많아졌고 일의 복잡성이 늘어났다.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고 해도 한 명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리더라는 하나의 머리가 있고 직원 개개인이 손발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직원이 머리가 되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되려면 관계에 있어서는 보다 수평적이어야 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서로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있는 피드백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유명 IT기업이 하고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영화 '짝패'의 대사처럼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것'이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서 꾸준히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조직이 생존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 조직만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야 한다. 지금까지 했던 많은 일들의 기본 전제는 '조직에 있는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한다'였다. 이렇게 일하다 보니 자꾸 조직의 문제점만 눈에 들어왔다. 어느 순간에는 우리 조직의 문화가 문제투성이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조직이든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 이를 찾고 어떻게 하면 더 강화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조직의 성공 비결에는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실무자들의 추진력이 있었다. 특히 회사의 주력 브랜드가 탄생한 배경에는 주변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모두를 설득했던 한 담당자의 노력이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회사 역사 속에서 여럿 있었다. 문제를 찾아서 개선하는 것 못지 않게 회사의 역사와 문화 속에 존재하는 강점을 어떻게 하면 증폭시킬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성희 플랜비디자인 파트너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