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문화를 바꾸지 못하는 기업은 대부분 관습이 되어버린 '회의'에 '회의감'을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수단을 회의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회의가 리더의 '편의'를 위해 진행된다. 리더가 궁금한 모든 것을 관련 구성원을 모아 한 번에 물어본다. 이런 회의에서는 '논의'보다는 돌아가며 발표하고 보고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리고 이어서 시작되는 것이 리더의 '연설'이다. 회의가 아닌 것이다.
모여서 공유하는 것만이 공유가 아니라는 인식을 조직에 심어줘야 한다. 필요할 때만 모여서 공유하면 된다. 정기 회의체가 없어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1대 1 보고라도 하게 되어 있다. 회의를 개최해서라도 도움을 요청하게 되어 있다. 정기 회의체의 주기가 1주일 간격이라면 2주 간격으로 바꿔보는 실험이 필요하다. 2주 간격은 월 단위로 바꿔보는 것도 괜찮다.
무엇보다 정보 공유를 위한 정기 회의체는 말하고 싶은 것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글쓰기 역량이 중요한 이유이다. 아마존은 PPT를 폐지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된 글 형식의 자료를 작성하게 한다. 이런 회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글쓰기 역량을 채용 단계에서 검증하기 시작했다. 즉, 올바른 회의 문화가 정착되려면 다음과 같은 이메일이 많아지면 된다.
"만약 제가 보낸 이메일을 읽는다면, 저는 정보 교환을 위한 회의를 기꺼이 취소하겠습니다."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질 때 필요한 회의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정기 회의체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회의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소리 없이 읽는 침묵의 정독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누군가가 자료를 설명하기 보다, 모두가 동시에 공유해야 하는 자료 및 정보를 소리 없이 눈으로 읽는 것이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입보다는 눈이 빠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기 회의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전사적인 변화 활동이 필요하다. 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회의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면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모두가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데, 혼자 흰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말하면 흰색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모두가 흰색 옷을 입어보는 날을 정하고, 흰색 옷을 입는 게 왜 좋은지 같이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회의 문화가 잘 자리 잡힌 기업들을 보면 경영진, 리더,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이 제공되고 직원들을 훈련시킨다. 회의진행자에게는 회의를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교육이, 회의를 참석하는 참여자에게는 회의 진행자를 돕거나 회의 자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숨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강조한다.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회의를 이끄는 역할을 돌아가면서 해보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의 문화는 조직문화의 축소판이다.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의 변화와 전사적인 변화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