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인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하지만 시장금리는 통상 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하므로 이같은 설명이 설득력을 갖진 못하다. 설사, 금리가 갑자기 올라도, 해당 상승분은 이미 점진적으로 반영됐거나 차츰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출금리는 자금조달금리에 각종 원가요소와 마진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산정된다. 하지만 올해 정부와 당국은 은행들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통해서 수익을 취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5월 말부터 시중은행들에게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직접 권고하기도 했다.
하룻밤 새 대출금리가 천장을 뚫자, 대출을 계획했던 예비 차주들은 패닉에 빠졌다. 두달 새 대출을 실행한 일부 차주들은 혜택을 봤지만, 이들로 인해 높아진 조달 비용은 이들에 이어서 대출에 나선 차주들의 높아진 대출금리의 직격탄이 됐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데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면, 차주의 이자부담이 줄어든다는 당국의 일차원적 판단이 낳은 결과다.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의 조달비용 등 시장논리를 읽지 못하고, 날선 압박으로 부랴부랴 내린 대출금리는 결국 부메랑이 돼 높은 금리가 돼 돌아왔다. 높아진 조달비용이 다음 차주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에서,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은 실효성이 없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으로 판명났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다. 단연, 당국의 개입이 필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기적 관점이나 시장논리를 읽지 못한다면,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갖긴 힘들다. 정부와 당국이 관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 점을 염두해야 하지 않을까.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