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폭염, 끊이질 않는 장마, 춥지 않은 겨울과 지독한 한파. 일정했던 사계절의 패턴이 위태로운 지금,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린워싱이란 그린(Green)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과장해 상품을 광고 또는 홍보하거나 포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워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제품의 생산 과정이나 제품, 서비스 자체에서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 진실을 거짓으로 위장한 환경주의이기 때문이다.
실제 도이치뱅크 계열 자산운용사 DWS는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인 약 4590억유로를 ESG 관련 자산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ESG 기준에 적합한 펀드는 극히 일부였다.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DWS는 곤욕을 치뤘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등 전 금융권에 걸쳐 그린워싱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각 국의 금융당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는 2020년 7월부터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의하고 범위를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다. 금융사들은 EU가 세운 녹색금융의 잣대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EU 등 선진국과 국제적인 정책동향을 참고해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가 제정·발표될 전망이다. 보험산업은 이로 인한 영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로 인해 500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겪으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2006년 태풍 카트리나로 환경위험에 대한 심각성도 고조됐다.
미국의 보험업계는 환경파괴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돼 있다고 믿고 있다. 보험사들 스스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노력하며, 환경친화적기업에 더 낮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직접적인 투자도 한다.
환경보험의 주 형태는 재활용보험(recycling insurance)이다. 예를 들면 보험사에서 정한 자원재활용 프로그램 조건을 만족 시, 그 점수로 보험료 납부를 대체해 주는 식이다.
이 밖에 해외에선 스위스리·뮌헨리 등 재보험사를 중심으로 환경사고나 기후 리스크를 대비한 보험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AIG와 마쉬 등의 보험사들은 탄소시장에 참가한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한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하는 등 글로벌 규제강화 흐름을 뒤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5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금융당국은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린워싱 노출에 대해 대처해 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