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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양안 관계 바라보며 ‘쩐샹식품’과 ‘첨밀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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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양안 관계 바라보며 ‘쩐샹식품’과 ‘첨밀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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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일 금융증권부 부국장
8월2일 美낸시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중국은 연일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동안 군용기와 군함 등을 대만해협에 보냈다. 미국도 필리핀해 주변에 핵 항공모함을 배치했다. 무력 충돌은 다행히 없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항상 민감했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미 중 갈등은 매듭 됐다. 하지만 중국은 8월 4일부터 대만 해역에서 대만 봉쇄에 돌입했다.

중국이 미국 정치인 한 명의 대만 방문에 이토록 호들갑 떠는 까닭은 뭘까?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수복의 대상이다. 본래 하나인데 내전으로 분단 됐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게 통일은 국가 존립 문제다. 대만은 현재 차이잉원의 민진당 체제다. 중국이 과민 반응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대만에는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있다. 국민당과 현재 여당인 민진당이다. 1945~1949년 내전까지 치른 국민당과 달리 민진당 집권기에 양안 관계가 유독 꼬였다. 국민당은 대륙기반 ‘중국’이란 국가 정체성이 공산당과 같다. 중국과의 통일을 지향한다. 비록,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갔지만 분단 초기 국민당은 대륙 탈환 야심도 컸다. 대만으로 들어온 장제스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아들 장징궈 때까지 국민당 독재로 대만을 통치했다. 이같은 국민당 정권에 맞서 민주 세력이 결탁해 탄생된 것이 민진당이다.
민진당은 자유·진보 아래 대만 독립을 주장한다. 공산당과 국민당이 추구하는 ‘통일 지향적’ 성격과 다르다. 민진당 세력은 장징궈 집권 시기 세력을 키워 제도권 진입에 성공했다. 2000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천수이볜 정권이 탄생했다. 하지만 2008년 선거에서 마잉지우의 국민당에 정권을 잃었다. 국민당으로부터 8년 만에 두 번째 민주진보 정권을 탄생시킨 주체는 2016년 5월 20일 총통에 취임한 차이잉원이다. 그는 대만 출신으로 ‘중국’정체성도 얇다. 중국에 대한 거리감도 크다. 대만의 완전한 독립을 지향한다. 그의 이런 성향이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잉원의 총통 당선에 기여한 것은 중국이다. 2014년 홍콩에선 반중국 시위가 거셌다. 전 세계는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를 주목했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향후 50년간 홍콩의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독립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대만 사람들은 홍콩의 모습을 보며 타산지석을 삼았다. 국공내전 후 반세기가 지나며 대륙과 ‘하나의 중국’이란 정체성을 가진 사람도 줄었다. 차이잉원의 민진당 정권 탄생 배경이 됐다.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하며 대륙과의 관계는 경색됐다.
세계가 불경기인 탓에 국내 경기도 안 좋았다. 2020년 대선 여론조사상 차이잉원의 재선은 어려웠지만 차이잉원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중국 때문이다. 2019년 당시 격화된 홍콩의 반중 시위에 중국은 강경 진압했다. 이를 본 대만 국민들은 중국의 일국양제를 불신했다. 결국, 대만 독립을 내건 차이잉원과 민진당을 택했다.

중국 덕에 들어선 정권이지만 공교롭게도 중국 때문에 피곤하다. 중국은 독립 지향의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 걸쳐 압박했다. 차이잉원 정부는 취임 후 중국과 계속 꼬였다. 펠로시 의장 방문 때도 중국은 과도한 공세를 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과 불경기로 어려웠던 대만은 급기야 미국, 일본 등과의 연대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이들이 대만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만의 존망과 안보는 때때로 미-중간 갈등의 해결 카드도 된다. 차이잉원과 민진당의 고민은 갈수록 깊다.

문뜩, 필자가 중국 쑤저우에 머무는 동안 비즈니스차원에서 만난 대만 쩐샹식품의 타오웨이구어 부사장과 임원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중국 땅에서 자유로이 공장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기술을 중국에 전파하고 중국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첨밀밀'을 함께 부르며 중국인과 대만인의 우호도 다졌다. 하지만 지금 틀어진 양안 관계는 쩐샹식품을 경영하는 그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 같다. 대만 가수 등려군의 ‘첨밀밀’ 노래가 대만 홍콩을 넘어 대륙까지 범중화권을 하나로 묶듯 이번 위기가 잘 넘어가 양안 관계가 복원되고 범 중화권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