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정치인 한 명의 대만 방문에 이토록 호들갑 떠는 까닭은 뭘까? 중국 입장에서 대만은 수복의 대상이다. 본래 하나인데 내전으로 분단 됐다. 광활한 영토를 가진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게 통일은 국가 존립 문제다. 대만은 현재 차이잉원의 민진당 체제다. 중국이 과민 반응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대만에는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있다. 국민당과 현재 여당인 민진당이다. 1945~1949년 내전까지 치른 국민당과 달리 민진당 집권기에 양안 관계가 유독 꼬였다. 국민당은 대륙기반 ‘중국’이란 국가 정체성이 공산당과 같다. 중국과의 통일을 지향한다. 비록,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갔지만 분단 초기 국민당은 대륙 탈환 야심도 컸다. 대만으로 들어온 장제스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아들 장징궈 때까지 국민당 독재로 대만을 통치했다. 이같은 국민당 정권에 맞서 민주 세력이 결탁해 탄생된 것이 민진당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잉원의 총통 당선에 기여한 것은 중국이다. 2014년 홍콩에선 반중국 시위가 거셌다. 전 세계는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를 주목했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향후 50년간 홍콩의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독립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대만 사람들은 홍콩의 모습을 보며 타산지석을 삼았다. 국공내전 후 반세기가 지나며 대륙과 ‘하나의 중국’이란 정체성을 가진 사람도 줄었다. 차이잉원의 민진당 정권 탄생 배경이 됐다.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하며 대륙과의 관계는 경색됐다.
중국 덕에 들어선 정권이지만 공교롭게도 중국 때문에 피곤하다. 중국은 독립 지향의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 걸쳐 압박했다. 차이잉원 정부는 취임 후 중국과 계속 꼬였다. 펠로시 의장 방문 때도 중국은 과도한 공세를 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과 불경기로 어려웠던 대만은 급기야 미국, 일본 등과의 연대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이들이 대만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만의 존망과 안보는 때때로 미-중간 갈등의 해결 카드도 된다. 차이잉원과 민진당의 고민은 갈수록 깊다.
문뜩, 필자가 중국 쑤저우에 머무는 동안 비즈니스차원에서 만난 대만 쩐샹식품의 타오웨이구어 부사장과 임원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중국 땅에서 자유로이 공장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기술을 중국에 전파하고 중국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첨밀밀'을 함께 부르며 중국인과 대만인의 우호도 다졌다. 하지만 지금 틀어진 양안 관계는 쩐샹식품을 경영하는 그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 같다. 대만 가수 등려군의 ‘첨밀밀’ 노래가 대만 홍콩을 넘어 대륙까지 범중화권을 하나로 묶듯 이번 위기가 잘 넘어가 양안 관계가 복원되고 범 중화권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