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미디어 토마토에 의하면 34.8%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로 이준석 전 대표를 꼽았다. 윤 대통령 자신의 24.1%보다 높은 수치다. 물론 이 여론조사의 문항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있고 윤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에 대한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그가 무엇 때문에 비호감도 1위(65%, 6일 갤럽 조사)는 물론 여당 대표 지위를 잃게 될지 모를 위기에 봉착했는지 리더십 측면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실 이준석의 지금과 같은 처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과거 역사를 조금만 뒤돌아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긴 하다.
이준석의 공헌도가 한신 장군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누가 봐도 일등 공신인 한신 장군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 빗대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이란 말이 나왔다는 점을 이준석 대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월나라를 승리로 이끈 월나라 책사 범려는 월나라를 떠나면서 “주군 구천은 어려움을 함께 할 수는 있는 사람이나 부귀를 나눌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범려는 월나라 왕 구천과 함께 오나라 왕 부차의 똥을 맛보는 등 온갖 모욕을 참아내면서 3년간의 포로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 구천의 귀국을 도왔다. 그런 후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수년간의 전쟁 준비를 하며 기다린 뒤 오나라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범려는 오월 전쟁 승리의 주인공임에도 전쟁 승리 후 구천을 떠났기 때문에 살아남아 여생을 즐길 수 있었다. 반면 구천을 도운 또 다른 내부 일등 공신 문종은 부차 옆에 남아있다가 결국 구천이 내린 검으로 목을 그어 자결해야만 했다.
이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공헌했든 공헌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집권당의 대표로서 그에게는 지금까지 성공 요소인 말싸움의 천재가 아닌 포용의 자세와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했다.
이는 조직 논리상 그렇기도 하다. 누가 조직의 책임자가 되는 그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리더의 자격이 없음은 물론 조직도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결코 정치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기업에서도 발생한다. 창업자가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을 때 아무리 창업 공신이라고 하더라도 후계자에게 충성할 수 없다면 조직을 떠나는 것이 좋은 것과 같다. 그렇지 않으면 후계자의 걸림돌이 됨은 물론 그가 리더십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