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식품업계 릴레이 가격인상이 마치 물가상승 주범이라도 된 듯 비춰지는 것에 대한 호소다.
단순 당부가 아니었다. "부당한 가격 인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현안 분야별로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소관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정부의 물가 고충은 이해하지만 업계 주장도 일리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곡물가 등이 크게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진 데다 물류비, 인건비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 밑지는 장사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농심이다. 올 2분기 별도 기준으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16.4% 늘어난 1조4925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4% 감소한 386억원에 그쳤다. 주력사업인 라면이 치솟는 원가 상승 부담분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라면의 경우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눈치 볼 곳이 많다 보니 몇 년에 한 번하는 인상에서도 인상폭은 50원 안팎에서만 이뤄진다. 꼭 라면만 그렇지는 않다. 식품업계 대부분이 소비자 반응, 시장 경쟁력을 검토해 팔면 손해가 되는 수준까지 인상 요인을 감내한다.
기자가 만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낮아 5% 수준인 곳이 많다"며 "가격 인상 자체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아서 그렇다"고 토로했다.
나름대로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겁박하는 방식의 인상 억가 물가안정에 얼마나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예컨대 라면이 100원, 김치가 500원 오르는 것이 정말 서민 가계의 뿌리를 흔들 만큼 심각한 것인가.
정부는 가공식품 판매가격 인상이 일반 가계에 주된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는 반짝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물가 안정책이 시급하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