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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지춘향된 정유사 횡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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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지춘향된 정유사 횡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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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산업부 기자
국회에서 횡재세 도입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관련 법안은 이미 발의됐고, 심사를 대비한 토론회가 준비되고 있다. 내달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횡재세 부과 필요성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를 열어 중지를 모은 뒤, 오는 11월 세법개정안 심사와 함께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게 야당의 계획이다.

여당도 횡재세 도입에 이견이 없다. 고유가에 따른 국민 고통 분담에 정유사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야당과 보조를 맞춰왔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로 해석된다. 따라서 향후 논의될 내용의 핵심은 국회에 발의된 '이성만안'과 '용혜인안'을 토대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계산법 및 환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에 정유사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원유를 100% 수입해오는 국내 기업들은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해외 업스트림 기업들과 수익 창출 구조가 다르다는 점, 지난 2020년 5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당시 자구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불공정 과세가 아니냐는 불만을 갖고도 입 밖으로 꺼내는 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여론 때문이다. 고물가에 짓눌린 서민들의 토로에 반박의 의지를 잃었다. 세계적 흐름도 거스르기 어려운 처지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난 위기 극복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서 정유사와 발전회사 등을 대상으로 3년치 평균이익의 20%를 초과하는 수익에 세금(세율 33%)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거둬지는 세금만 1400억유로(약 195조원)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EU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 인사가 내달 예정된 국회 횡재세 토론회에 초청된다는 점이다. 아직 준비 단계라 참석 여부가 확실치 않지만, 국내 횡재세 도입에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정유업계의 주장처럼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그 대처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눈치만 보다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타이밍을 스스로 놓쳤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자발적 상생 기금 마련을 제안받고도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해 미운털이 박힌 것도 자신들의 실수다. 결국 횡재세는 취지와 무관하게 괘씸 징수로 보여질 만하지 않은가. 이제라도 정유사들은 분명한 입장 표명에 나서야 한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