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30일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 즉 워치리스트 등재 여부를 발표한다.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 지수이다. 이 채권 지수에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 선진국들이 편입되어 있다. 이른바 선진국 국채클럽이다. 이 선진국 국채클럽을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은 2조5000억 달러이다. 우리 돈 36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 채권이 편입되면 선진채권지수에서 한국 비중을 2.3%로 추정할때 편입 후 12~18개월 간 80조원 ~100조원 내외의 달러가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부족으로 환율이 치솟고 있지금의 상황에서는 환율 대란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초대형 호재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달러당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하는 현상이 일거에 멎을 수 있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의 관찰대상국 즉 워치리스트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한다.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편입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중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이라는 정량적 조건은 이미 충족하고 있다.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접근성 요건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접근성 요건 을 충족하지 못해 WGBI에 편입돼 있지 않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개국 중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뿐이다. 한국 정부는 2009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심사에서도 한국은 편입 요건 중 발행 잔액과 신용등급은 달성했으나 정성 조건인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접근성은 충족하지 못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비과세가 필요하다.
홍남기 전 부총리는 “한국은 경제력이 매우 큰 나라이고 채권 신인도가 높은데도 WGBI에 가입이 안 됐다는 이유로 금리가 조금 더 올라간다"면서 “WGBI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의 이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말 우리나라 국고채 발행 잔액은 843조7000억원으로, 미화로 약 6750억 달러에 이른다. WGBI가 내건 잔액 기준을 10배도 더 뛰어넘는다.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WGBI 가입 기준보다 4단계 높다. 한국은 국채시장 규모나 국가신용등급 면에선 이미 자격을 갖췄다. WGBI 편입 기본 요건은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 ‘A-’ 이상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지수편입이 안됐던 것은 세금제도 때문이다.
한국이 선진 국채 클럽인 WGBI에 가입하는 데 걸림돌은 세금 제도다. 이전 WGBI 편입에 실패한 것도 세제 때문이었다. 당시 WGBI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세금 경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WGBI 편입을 노렸던 기재부는 지난 2009년 외국인이 한국 국채에 투자하면 미국ㆍ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동등하게 채권 투자 이자 소득과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 2010년 외국인 단기 투자 자금이 과도하게 밀려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따. 뒤집혔다. 기재부는 국회 의결까지 했던 비과세 방침을 백지화했다 . 그 와중에 WGBI 편입도 없던 일이 됐다.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세금 경감은 또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 간 과세 형평성 논란이란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다. WGBI 편입은 외국인의 국채 투자를 늘릴 유인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들어오고 빠져나가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 자유화를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다. 환율 안정차원에서라도 본격적으로 WGBI 편입을 추진할 때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