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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포항제철소 침수는 ‘불가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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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포항제철소 침수는 ‘불가항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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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산업부장
오는 6일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가 쏟아낸 폭우에 따른 침수로 생산이 전면 중단된 지 한 달이 된다.

1973년 첫 쇳물을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전 공장이 가동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은 포스코맨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번 사고는 이상적인 자연현상 또는 인위적인 사고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피해인 ‘재해(災害)’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포항 지역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힌남노가 상륙하기 일주일 전부터 포항제철소는 기존 자연재해 매뉴얼보다 훨씬 강력한 방재 대책을 수립해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했고, 모든 공장 관리자가 철야 근무를 했다고 한다. 제철소 침수 및 정전 발생 시 대형화재와 폭발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포항제철소 가동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했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힌남노는 사람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다.

자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지만, 사람은 이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모두가 힘을 합쳐 빠르게 복구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호시절보다 위기 상황에서 발휘하는 응집력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본다. 이에 기자는 포항제철소 피해복구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스코가 자랑하는 강력한 응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주일여 만에 3개 고로 가동을 재개하고 제강공장 정상화도 이뤄낸 포스코의 놀라운 복구 능력은 최고 경영진에서 임원과 관리진,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포스코가 창사 이래 함께해온 포항시와 광양시 등 지역사회 주민, 협력사, 자매마을 등 가치망을 함께한 모든 이들이 자발적으로 북구 작업에 참여하고 지원했다. 지방에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은 포스코를 부러워하고 있다. 단기간에는 결코 맺어질 수 있는 깊은 교류 관계가 이러한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포항시민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사실, 포스코는 그룹의 근원인 포항시와 연초부터 지주사 본사 서울 전환, ‘국민기업’ 논란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으로 고심해왔다. 하지만 포항제철소가 위기를 겪자, 역시 같은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은 포항제철소를 살리겠다고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어쨌건 포항시는 포스코로 인해 철강 도시가 되었으며. 포항제철소는 포항시 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 이렇기 때문에 포항시민들 가슴에 내재한 포스코에 대한 애정 덕분일 것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포스코맨들이 포항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피해 현장을 방문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인재(人災)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최고 경영진의 잘못이 있었는지를 보겠다고 ‘위협’했다. 정치권에서는 4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에 포항제철소 침수 대응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묻겠다면서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과 정착 포스코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TV 생중계 앞에서 대놓고 ‘혼’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레퍼토리로 들리는 포스코 경영진 교체를 위해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 당장 피해 지역 현장을 정상화하는 복구 작업이 우선이다. 그때까지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지원과 응원, 격려에 집중해야 한다. 포항제철소 사태는 어느 기업도 대응할 수 없는 재해였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기업 흔들기도 정도가 있다. 칼을 쥐었다고 이유도 없이 휘두르면 안 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