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첫 쇳물을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전 공장이 가동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은 포스코맨들은 물론 국민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자연의 힘을 이길 수는 없지만, 사람은 이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모두가 힘을 합쳐 빠르게 복구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호시절보다 위기 상황에서 발휘하는 응집력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본다. 이에 기자는 포항제철소 피해복구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스코가 자랑하는 강력한 응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주일여 만에 3개 고로 가동을 재개하고 제강공장 정상화도 이뤄낸 포스코의 놀라운 복구 능력은 최고 경영진에서 임원과 관리진,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포항시민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사실, 포스코는 그룹의 근원인 포항시와 연초부터 지주사 본사 서울 전환, ‘국민기업’ 논란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으로 고심해왔다. 하지만 포항제철소가 위기를 겪자, 역시 같은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은 포항제철소를 살리겠다고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어쨌건 포항시는 포스코로 인해 철강 도시가 되었으며. 포항제철소는 포항시 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 이렇기 때문에 포항시민들 가슴에 내재한 포스코에 대한 애정 덕분일 것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포스코맨들이 포항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피해 현장을 방문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인재(人災)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최고 경영진의 잘못이 있었는지를 보겠다고 ‘위협’했다. 정치권에서는 4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에 포항제철소 침수 대응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묻겠다면서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과 정착 포스코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TV 생중계 앞에서 대놓고 ‘혼’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레퍼토리로 들리는 포스코 경영진 교체를 위해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 당장 피해 지역 현장을 정상화하는 복구 작업이 우선이다. 그때까지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지원과 응원, 격려에 집중해야 한다. 포항제철소 사태는 어느 기업도 대응할 수 없는 재해였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기업 흔들기도 정도가 있다. 칼을 쥐었다고 이유도 없이 휘두르면 안 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