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팡질팡하는 정부에 혼란은 소비자의 몫

“THB 성분 유해성 검증위원회를 소비자 단체가 주관하는 것은 축구경기를 배구경기 심판이 주관하는 격이다.”

모다모다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성분인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THB)에 대한 위해평가 검증위원회 주관은 공신력을 갖춘 과학자 집단이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게 검증위원회 주관을 맡겼다. 이에 모다모다가 반대해 검증위원 추천에 나서지 않으면서 갈등이 기업과 식약처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생활화학용품 성분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식약처가 THB 성분 사용에 대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식약처의 규제 과정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논란의 염색샴푸가 출시된 후에야 해당 제품에 대한 광고를 정지 처분하고, 해당 성분을 금지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o-아미노페놀. 염산 m-페닐렌디아민, m-페닐렌디아민, 카테콜, 피로갈롤 등의 5가지 성분에 대해 화장품 원료 사용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토니모리가 지난 3월 출시한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에는 o-아미노페놀 성분이 들어있다. 제품 출시 당시에는 통제하지 않았던 성분을 출시 후 규제하는 모습은 변덕스럽게 느껴진다.
식약처는 THB 성분 금지에 유럽 SCCS 평가보고서와 자체 평가 전문가 자문 등을 반영했다. 해당 보고서는 박테리아에 대해 THB가 잠재적 유전독성을 지닌 것을 내용으로 두고 있지만 염색샴푸의 THB 성분 용법이 다르고, 미국 등 타국에서 안정성 문제가 없다는 게 기업의 주장이다.

화학물질은 사용법, 용량, 노출 기간 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화학물질 성분의 사용 환경에 따라 유해성이 분석, 설명돼야 한다. 식약처는 THB 성분에 대한 위해평가 검증이 화장품학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평가 등 과학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생산 금지 처분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아울러 생활화학용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성분 전반에 대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기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해성 규제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사건,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에 이어 피로감을 안기게 된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