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두 기업은 각각 다른 사건에 휘말렸다. 그러나 리더의 책임감 부재란 공통점이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질타한지 하루 만에 국민 앞에 나타나 고개를 숙였고,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가족과도 같았던 임직원 생계가 달린 문제를 두고 일방적 통보를 했다.
앞선 두 기업과 현대백화점그룹에 대한 상반된 결과는 의사결정에 있어 내부 전문 경영진들을 거수기 역할로만 전락시켰는가의 유무란 게 유통업계 중론이다. 보수적 오너십 때문이란 것이다. 평소의 내부 분위기가 위기 상황이 닥치니 극명하게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는 이야기다. '사과'가 넘쳐나는 세상 속 '사과'조차 없거나 기시감이 느껴지는 '사과'를 접해야 했던 점을 놓고보면 이 같은 시선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한국식 오너경영'과 '대물림 경영'에 냉소적 시선이 넘쳐나는 것은 몸집만 커진 기업들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때 대표나 회장이 성과급을 왜 더 가져가냐는 MZ의 불만에 기성세대가 고개를 갸웃한 것 역시 리더로써 느낄 책임감의 무게가 배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사회적 책임을 중심에 둔 ESG 경영이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의 안전조치가 강화되면서 기업이 일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특히 최근 '돈맥경화'가 일고 있는 경색된 시장상황 속 기업들은 더 활발히 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다.
한국경제는 어떤가. 과거의 IMF 상황이나 금융위기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만큼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렵다고들 난리다. 한국경제 한파,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유통업계가 느낄 체감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제2의 푸르밀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한 배경이다.
하지만 기업의 위기는 항상 있어왔고 반복됐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 안팎으로 위기가 덮치는 이때, 열린 자세로 무한 책임을 보이는 오너십의 발휘된다면 '한국식 오너경영'은 신화로 의미가 부여되던 '창업가 정신'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전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e787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