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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 사태가 남긴 배터리업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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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 사태가 남긴 배터리업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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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산업부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빚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됐다. UPS(무정전 전원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로 번진 과정이 현장에 설치된 CCTV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발화 지점이 배터리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살은 당장 해당 배터리의 제조사로 향했다. 그간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자부해왔던 회사다.

회사는 억울한 표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여서다. 사건을 취재할 당시 회사 측은 기자에게 외부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로 미뤘다.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배터리 모듈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져 정밀 감정 중이다. 이르면 11월 초에 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 결과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간 화재 취약성을 보완하는 데 노력해온데다, 배터리에 갑자기 불이 붙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SK C&C 측은 화재 전까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불꽃이 발생한 배터리가 '예비용'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전과 같은 사태를 대비한 UPS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로, 가동률이 낮아 결함 발생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 여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이외 과충전 방지 장치나 단락의 이상 등 외부 환경에 따른 화재 가능성 역시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화재 원인을 배터리 공급(제조)사에 국한할 일은 아니다. 현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운영사나 설치업체 등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화재의 위험은 관계자 모두가 익히 인지하고 있던 터. 그럼에도 이들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배터리실 별도 설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고, 재난 대응 대책 마련에는 부실했다. 지금처럼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만 보인다면 배터리 산업 전체가 받을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배터리 제조사들의 몫이다. 국과수 감정이나 경찰 조사 결과를 떠나서 배터리 사용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보조적 장치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UPS는 사실상 ESS(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하면서도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배터리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업계의 종합적인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