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사업비 약 1조원 규모 용산 '한남2구역'의 막판 수주 열기가 뜨겁다. 시공사 입찰 당시만 해도 지금의 과열된 분위기와는 달랐다. 조합이 기대했던 최상위권 시공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불참하며 김이 팍 샌 분위기였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건설사들도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10대 건설사인 롯데건설이 가장 먼저 입찰 보증금 입금을 완료하며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또 입찰 마지막 날 대우건설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며 경쟁입찰 유찰은 피했다. 이후 롯데와 대우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과 '써밋'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금융 혜택·설계 등을 내세우며 '디에이치'와 '래미안'을 놓쳐 실망한 조합원 마음 잡기에 나섰다.
지난 29일 최종 시공사 선정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합동 홍보설명회에는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와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올리는 낯선 풍경까지 펼쳐졌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홍보 영상과 담당자들의 발언에서는 상대 건설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졌다. 설명회 후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롯데는 대우를, 대우는 롯데를 더 많이 말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10년 전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 당시 상대 후보를 떨어트리려고 나왔다는 한 정치인의 광기 어린 모습이 스치기도 했다.
홍보 방식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며 진화하고 있는데 정작 본질은 과거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는 모양새다. 기업은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지만 상대 물어뜯기에 치중한 방식은 조합원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이외 사업장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이 '클린수주'를 내세우고 있으나 불법 홍보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공공부문에서 오랜 시간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의 '벌떼입찰' 역시 건설업 발전을 후퇴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