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지성을 잃어 가는 기업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그 문제의 핵심에 있는 회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를 개선하고자 하는 기업은 많지만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변화의 시도가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회의를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회의를 보면 그 기업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회의를 바꾸는 것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회의는 조직 문화의 축소판입니다. 회의를 바꾸기 위해서는 치열함이 필요합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회의 문화를 개선하는 데 18개월을 소요했습니다. 세계적 기업 인텔은 회의를 바꾸기 위해 사원을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의 관련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치열함이 없다면 회의는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문화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문화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니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도 집단의 일원일 때는 그 현명함을 발현하지 못하니 문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문화는 지금 있는 사람이 모두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져도 그 모습을 유지합니다. 그만큼 집단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입니다. 조직 문화는 역사이고 철학이며,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것입니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시간을 두고 최대한 천천히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문화의 개선을 넘어 혁신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단기간 내에 너무나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줄이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고, 혁신을 명목으로 불필요한 활동을 하여 사람들을 더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조직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문화를 바꾸기 위해 너무 많은 시도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버려야 할 것은 바로 버리길 바랍니다. 폐기가 먼저입니다. 안 해도 되는 것을 발견하면 보고서 없이, 회의 없이 그냥 제거하면 됩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제임스 홍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