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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정부가 기업에 국내산 쌀 소비 강요하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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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정부가 기업에 국내산 쌀 소비 강요하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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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식품업체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왜 국내에서 생산한 쌀을 사용하지 않고 수입 쌀을 사용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국내산 쌀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당연한 질타를 하였다고 보이나 좀 더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이 여러 가지다.

햇반 제품의 일부에 수입 쌀을 사용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우선 당장 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응답하여 질타를 모면했지만, 국내에 출하하는 제품이 아닌 수출용 제품에 한해서 소량의 수입 쌀을 사용하고 있는 오뚜기식품마저 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입 쌀 의존도가 높은 농심에서도 미분의 사용에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산화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의원들이 이렇게 다그치는 이유는 국내에서 생산된 쌀이 남아도는 가운데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공급이 과잉되는 문제를 식품업계가 나서서 해결함으로써 쌀값 안정에 기여해 달라는 요구이다.

현재 쌀 자급률은 100%를 넘어 국민이 소비하고도 남는 물량이 약 30만 톤이나 될 정도다. 정부가 이를 구매하여 창고에 보관하더라도 매년 누적이 되어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과거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에 따라 일정량의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쌀이 남는데 수입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니 정부로서도 쌀 관리의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정부나 국회의원들은 당해연도에 남은 물량과 해가 지난 쌀을 식품업계가 사용한다면 쌀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매달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식품기업들이 사들이는 쌀의 양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5%를 더 구매하여 나름대로 쌀 소비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매년 그 양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쌀 소비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식품기업들이 국내산 쌀 소비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에 대한 세제 혜택도 고려해봄 직하다. 둘째, 수입산 쌀의 경우 수출품에 활용하도록 하며 부득이 국내에서 활용하는 경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처를 어떤 경우에 국한하지 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남는 쌀의 양만큼은 가공식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품종을 개발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기존의 쌀은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아 끈적끈적한 성질 때문에 가공기계에 달라붙어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품종으로 개량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는 아밀로스의 함량도 다양하게 나누어 여러 특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분을 만들어 이용할 때에도 단순 미분이 아니라 미분의 입자별로 나누어 아밀로스 함량에 따라 분자 크기도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공급해야 다양한 제품의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그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무조건 식품기업들에게 국내산 쌀을 구매하여 활용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식품기업들이 제품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원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 쌀 소비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한 연후에 국내산 쌀을 더 많이 활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