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한 때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맞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검찰총장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이에 국민적 지지를 받아 마침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어느새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6개월이 넘었다. 5년 임기 중 10분의 1을 넘겼지만 윤대통령의 가시적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윤정부가 일을 안 해서 일까?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내세우며 경제·안보 관련 위기 돌파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업적이 없다. 뚜렷한 국정 아젠다로 국민에게 각인 시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기본 역할부터 되돌아 보게 한다. 위기는 복합적이다. 물리적 안전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 강화 리더십도 요구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각종 위기나 사고시 전임 정부나 외부를 탓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과거 정부 탓으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정부의 방향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대선과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칠 때부터 ‘아젠다’가 없었다. 정부 출범 후에도 지향하는 철학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검사 출신으로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만 받았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도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변화 실현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 국회가 ‘협치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야당 대표들과는 6개월간 만남도 없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만 초점 맞췄다.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협치의 길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 만큼은 국가의 제 1책무라고 강조한다. 대선 후보 당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째 임무로 국가를 끌고 가는 사람은 밤잠을 안 자고 이걸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21일 경찰의날 기념사에서도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을 맞기 직전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과연, 호언장담한 국정의 기본을 제대로 이행 했던가? 사전 대비는 물론 대응도 늦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이어진 112 신고나 뒤엉킨 보고 체계 등 부실 대응 정황은 ‘국가의 부재’이면서 동시에 참사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첫 ‘노 마스크’ 핼러윈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정부로서의 선제적 대응도 못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진정한 자기 반성이나 성찰이 없었다. 오히려 논쟁만 키웠다. 소위, 프로 답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서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 데 윤정부는 사과의 시기도 놓치고 정부의 실패에 따른 책임 범위만 놓고 혼란만 빚었다.
윤 대통령은 ‘선 진상규명, 후 엄정처벌’ 기조를 강조 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비겁한 책임 회피'로만 비춰졌다. 실제, 윤대통령은 “막연하게 다 책임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책임 지는 사퇴도 없었다. 준비되지 못한 대통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만 한 것.
물리적 위험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윤 정부의 과제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볼 때 윤 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악화일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은 ICBM을 포함해 각종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미사일 발사에 7차 핵실험 임박 등 6개월 간 남북관계는 급랭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7차 핵실험이 현실화 되면 한·미 확장 억제 강화의 구체적 방안 등 윤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 위기 돌파도 과제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잇따라 열면서 경제 이슈를 챙기고 있다. 민간 주도의 경제를 내걸고 ‘규제 완화’의 큰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여론의 평가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국갤럽이 윤대통령 취임 6개월 평가를 물은 결과, 경제 분야에서 ‘잘한다’는 답변은 고작 21%였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