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담보자산이 훌륭한 안전한 배당 상품입니다…아, 내가 정말 너무 억울해서 그래요."
지난 10일 열린 '2022년 하반기 상장리츠 투자간담회'에서 오고 간 말들이다. 그야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이 벌어졌다. 투자자들과의 신뢰 회복은커녕 불신만 키웠다.
평온하게 이어지던 간담회 자리가 갑자기 냉각됐다. 한 상장리츠의 질의응답 때문이다. 전날 나온 공시를 바탕으로 내년 유상증자 재도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해당 관계자는 답변을 하는 대신 '질문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연장선 상의 질문이 나오자 해당 관계자는 "연장선 상의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전날 공시를 바탕으로 했기에 충분히 질문할 수 있지 않냐'는 반박이 이어졌다. 그러자 해당 관계자는 "질문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끝내 질문을 듣지 않았다. 심지어 첫 번째 질문을 다시 듣겠다며 마이크를 빼앗아 앞선 질문자에게 넘겼다.
상장리츠 관계자들의 발표와 질의응답이 끝나자 간담회는 시끌벅적해졌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부족했던 질문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츠협회의 한 관계자가 앞으로 나왔다. 현재 리츠시장이 처한 상황과 상장리츠들에 대한 투자매력 등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금리상승 여파 등으로 리츠의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진심이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 꺼져버린 조명과 마이크를 다시 켜고 이어갈 정도였다. 이를 보던 이들이 그만 끝내라며 식사를 권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 모두 상장 리츠의 주가가 속히 회복되길 바라는 데 진심이었다.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는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 또 이들은 진심으로 상장리츠가 안전한 배당상품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대하는 모습에 있어서는 모두가 진심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열변을 토했고, 누군가는 질문을 가려서 받았다. 모두가 상장리츠를 향해 진심이었으나 결과는 그저 시트콤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유튜브 생중계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물론 상장리츠 외에 투자자들에게도 꼭 진심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질문을 가리는 태도는 IR과 맞지 않아 보인다. 질문을 대하는 담당자의 태도 하나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져 버렸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준비했을 간담회가 웃픈 시트콤으로 끝나버려 안타깝다.
강수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sj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