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참사가, 이런 고통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큰 생채기를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시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우리 가족과 이웃 그리고 우리에게 같은 일이 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이미 여기저기서 정부는 물론 학계, 시민단체, 국회, 언론 모두 서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게 틀렸다.”, “그럴 줄 알았다.”, “이게 맞다.”, “이게 필요하다.” 등등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야기는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역사적 경험칙으로 보아 이러한 논의나 토론, 담론의 장이 생기고, 이 바탕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귀인이론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에게서 나온 것으로, 어떤 결과에는 그 원인과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이론을 생각해보면, 이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원인이 층층이 얽혀 있는 만큼, 그 겹겹의 문제를 밝혀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그 책임은 정권에 있고, 퇴진해야 한다는 것 같은 마녀사냥 몰이식 접근은 절대 안 된다는 뜻이다.
귀인이론 접근법에 따르면, 이번 참사 발생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만큼 대책도 다양해야 하고,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위기관리 단계로 보면 첫째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 접근이다.
바꿔 말하면 다중운집 및 밀집상황 발생 시 압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의 핸드폰 및 CCTV 정보를 통해서 예측과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 보면 다중운집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보행로를 사전에 일방로로 바꿔주는 게 한 예다.
둘째는 대응적 접근이다. 참사가 발생했다면 경찰, 소방, 보건 당국이 즉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처하는 능력과 역량이다. 초동대응요원(frontliner)이 현장에 빠르게 접근해 환자를 분류하고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역량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서 경찰 따로, 소방 따로, 지방자치단체 따로가 아닌 복합 현실 상황에 맞춰 연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겠지만, 체계적인 혹은 시스템적인 진단평가다. 현장에서의 대응능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런 대응을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체계적으로 이러한 위험을 알리고, 그 위험이 있을 때 자동적으로 초동대응요원이 투입돼 생명을 구하기 위한 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더 구분하면 겹겹으로 언급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자기만의 생각 방식대로 중구난방으로 답을 논할 게 아니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제점을 언급하고 그 원인을 나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답변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찌 보면 이런 과정은 이제 시작이다. 감정에 따라 들락날락하면서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는 물론 우리 이웃과 가족에게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나갔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부터 그 원인과 대책을 철저하게 제대로 찾아야 한다. 그게 남겨진 자들의 몫이자,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박기수 교수 약력>
박기수 교수는 언론학박사, 보건학박사로, 연합뉴스와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다 보건복지부 등 공직을 거쳐 현재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안전학과에서 재난안전과 행동경제, 안전커뮤니케이션, 재난안전정책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