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챙겨둔 현금은 거의 쓸 일이 없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붕어빵 노점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됐다.
금붕어빵이 되면서 1000원 지폐 신세도 초라해졌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1000원 한 장이면, 흰 봉투에 붕어빵 다섯 개를 가득 채워 받았다. 동생과 손잡고 가면서 싸우지 말라고 한 개 더 주는 인심은 아직도 따뜻한 기억이다.
가성비를 자랑하던 붕어빵 몸값이 올라간 결정적인 이유다. 치솟는 물가에 매년 붕어빵 가격이 오르면서 붕어빵을 찾는 손님도 뜸해지고 있다. 손님이 줄어드니 붕어빵 장사를 접는 곳도 늘고 있다.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매년 추억을 맛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추억의 실종이다. 최근에는 일부 프랜차이즈가 붕어빵 디저트를 출시하는가 하면, 붕어빵을 아이템으로 한 체인점이 생겨나고 있다. ‘진짜’ 붕어빵의 대안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추억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고물가에 잃어버린 추억의 맛은 누군가에겐 큰 상실감이다. 1000원짜리 두 장 내고 받은 붕어빵 두 개가 어딘지 씁쓸하기까지 하다. 주머니 가볍던 우리의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붕어빵.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겨울 거리 곳곳을 채울 날이 올까.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