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방식에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2021년 대한민국 연간 수출액 6444억 달러 대비 삼성전자 비중은 약 19%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그해 전 세계 국가별 수출 통계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37위인 슬로바키아 공화국(1035억 달러)보다도 많았다. 전 세계 수출액 가운데 0.6%를 삼성전자가 담당했다.
2004년(41회) 업계 전체 최고액인 350억불 탑을 처음으로 수상해 독주가 시작했다. 2005년(42회) 400억불, 2007년(44회) 450억불, 2008년(45회) 500억불 등을 받으며 삼성전자는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SK하이닉스가 300억불 탑을 받았는데, 이 또한 2014년 삼성전자 이후로 제조업체가 받는 가장 많은 액수의 탑이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의 저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성장 곡선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는 삼성전자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는 아닌 듯하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대한민국 산업계도, 정부도 고민이 크다.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과연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답을 찾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 수출 경제도 성장하고, 실적이 떨어지면 침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수상하지 않은 해에 열린 무역의날 최고 억불탑은 금액이 너무 차이가 나, 마치 국가 수출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57회)에는 30억불이 1983년(20회) 이후 가장 낮은 최고 억불탑이었다. 2016년(53회)에도 50억불 탑이었다.
이러다 보니 정권마다 국가 수출과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마다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최고액 수출의 탑 수상을 강요한다는 괴담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의혹에 대한 부담이 컸고, 웬만하면 수출의 탑 수상을 자제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도 회사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수출 증가율이 둔화를 넘어 감소로 전환하고, 사상 최대 무역적자 기록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수출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향후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새로운 수출기업의 출현이 요구된다. 다행인 점은 올해 무역의날 행사에서 100만불 이상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 수가 1780개로, 2012년(1742개)를 넘어 최다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