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피입니다. 외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는 시장을 선점하고 리드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탈피하고 나면 몸이 2배 정도 성장합니다. 이때 내부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영역이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위계 중심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아닌 수평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관리 중심의 일하는 방식에서 자율 중심의 일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라는 것이 탄생하고 생겨난 도구가 보고와 회의입니다. 보고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회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회의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놓치고 있는 것은 수평적 조직 문화는 단순히 회의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보고가 더 중요합니다. 보고라는 행위가 위계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지 않는 한 조직의 문화는 계속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보고와 회의가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위계와 관리의 상징인 보고를 바꾸는 일은 수평적 조직 문화 구현과 자율 중심의 일하는 방식의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탈피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보고 문화를 바꾸기 위해 PPT 사용을 금지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1페이지 보고서를 장려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실무자와 매니저가 함께 참여하는 스몰 미팅 형태의 동시 보고를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PPT 사용을 금지했더니 스프레드시트나 워드를 PPT화해 작업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1페이지 보고서의 경우 기존 내용이 전부 첨부파일이 되고, 요약 페이지 한 장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동시 보고는 회의만 더 하게 되고,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생각과 일치시키기 위한 게싱 게임(guessing game)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모두 보고를 잘 못하는 구성원의 잘못일까요? “근거가 뭐야”, “데이터 가지고 얘기를 해야지”와 같은 말을 하는 순간 보고서의 분량이 많아집니다. 근거와 데이터는 시스템을 보면 됩니다. 시스템을 볼 수 없다면 그건 시스템을 바꿔야 할 문제일 뿐, 구성원 개인의 역량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보고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구성원 개인의 보고 역량을 탓하는 것이 아닌 보고라는 행위의 목적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보고서는 리더의 관점이 아닌 플레이어(실무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리더가 알아야 할 사항은 무엇이며, 앞으로 실무자인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래서 필요한 리더의 지원이나 지지가 무엇인지를 얘기하는 것이 보고서입니다. 즉, 보고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요구 사항입니다. 플레이어가 더 원활하게 일하기 위해 리더의 이해, 협력, 지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보고서는 리더의 관점에만 맞춰져 왔습니다. 이건 보고가 가지고 있는 수직적 개념에 집중한 것이었습니다. 보고가 수평화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관점에서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정하고,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측면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플레이어들이 더 현명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권한 위임이 일어날 수 있는 보고서, 자율과 책임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보고 문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