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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넘으려다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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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넘으려다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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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원용 기자
비 지상파 드라마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재벌집 막내아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을 소재로 한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을 칭찬하던 팬들이 마지막 편의 전개에 충격을 받고 "원작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닐슨 코리아서 집계한 전국 시청률 기준 26.9%를 찍으며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화제작이다. 이는 ENA 채널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7.5%)를 넘어 올해 비 지상파 드라마 중 1위, 역대 기록으로 보면 JTBC '부부의 세계'(28.4%)를 잇는 비 지상파 드라마 2위다.
이 드라마는 웹툰으로도 이식된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된 원작 소설은 웹소설 분야의 '클리셰(틀에 박힌 표현)'인 환생에 관한 이야기를 재벌가의 권력 승계 스토리와 버무림으로서 신선함을 가져온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이는 드라마의 인기에도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배우들의 호연은 폭발적 인기를 부르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주인공 윤현우·진도준 역을 맡은 배우 송중기는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흥행 보증 수표로서 커리어에 한 줄을 더했다. 진양철 역의 이성민 배우는 냉혹함과 비정함 속에 인간미를 감춘 재벌가 회장 역을 완벽히 소화해 "인생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이러한 모든 흥행 요소들은 방영된 16화에서 "그동안 드라마에서 일어난 사건은 모두 없던 일"이라는 전개와 함께 의미를 상실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화가 방영된 날은 성탄절이었고, 마치 '크리스마스의 꿈'처럼 드라마를 향한 호평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호평이 사라진 자리는 비판의 목소리가 채웠다. JTBC 공식 채널에 달린 네티즌들의 유튜브 댓글은 "너무 실망스럽고 상처받았다", "진도준으로서의 17년은 시간낭비였나", "나만 결말 보고 한숨 쉰게 아니었구나", "15화까지의 명작을 단 1화만에 말아먹었다"는 등 혹평 일색이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 두 가지가 있다. 첫 째는 원작의 결말을 바꾼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은 진도준이 환생하기 전 자신에게 제를 올리며 씁쓸해하는 결말로 여운을 남겼다. 많은 시청자들은 "차라리 원작대로 가는 게 나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1편부터 챙겨 봤다던 IT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편을 보며 '윤현우가 아니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나질 않더라"며 "원작을 넘기 위해 굳이 결말을 바꿨다가 일을 그르친게 아닐까 싶다"라고 평했다.

두 번째는 과거 국내 드라마의 안 좋은 전례를 따랐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최고 시청률 57.6%를 찍었던 SBS의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 드라마 역시 '사실 드라마 속 모든 내용은 여주인공의 소설이었다'는 엔딩을 선보여 막판에 큰 홍역을 치뤘다.

1900년대에 활동했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의 일에서 배우지 못한 사람은 과거의 일을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2018년의 원작, 2004년의 인기 드라마 중 어떤 것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해 아쉬운 결과를 냈다. 국내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이번 일이 필히 배워야 할 반면교사로 남길 바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