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지도부는 어김없이 ‘민생 최우선’을 외치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각오로 시작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신년사의 화두로 삼았다.
1년 3개월여나 길게 남은 총선을 두고 정치권이 민생은 뒤로하고 벌써 사생결단식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에 국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22대 총선은 양당, 특히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지며, 하반기 정국 운영의 기본 틀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듯이 소위 친윤계가 이준석 대표를 낙마시키고 빠르게 윤석열의 국민의힘으로 탈바꿈 중이다.
지난 연말 국민의힘 지도부는 18년간 유지해 오던 국민 여론조사 결과 반영을 없애고 100% 당원 투표, 거기에다 결선투표제 도입까지 하면서 1, 2위 후보자가 그 이하 후보들과의 강제적 단일화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현재 거론되는 비윤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 입장에선 누가 당대표가 되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유일한 비윤계 후보예정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결정한다면, 3월 집권 여당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는 크지 않으리라 본다. 집권 여당의 온기를 느껴보자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의 큰 울타리를 벗어나 투표할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특히 당대표 선출 규정까지 전면 수정된 마당에 강력한 비윤 후보가 등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으로 넘어가 보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대선 낙마 이후 예상했던 문제였고,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그리고 민주당 대표 도전 때에도 '방탄' 목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물론 당내 이견까지 흘러나왔다. 이제 대장동, 성남FC 후원 등 한 건도 아닌 다수의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과연 이재명 대표가 그 파고를 넘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민주당 내 다수는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수사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오고 재판 과정에서 혐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까지 특히 백척간두의 싸움이 될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대로 입 다물고 있을 수 있을까? 당 공천을 받더라도 결국 낙선이라면, 그 공천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어쩌면 당이 깨지는 크랙이 될 수도 있다. 당헌·당규까지 개정한 상태에서 스스로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방법이 없는 한 이재명 대표의 판단 외에 다른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보다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이 높은 반면에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차이의 의미를 생각해볼 문제이다.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개특위가 구성될 시기쯤이면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회자된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보면, 여의도 정치권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대통령제 개헌보다 더 바꾸기 어려운 과제일지 모른다. 그래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겠나 싶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여야를 떠나 수도권 대 비수도권 출신 의원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다. 현재와 같은 양당 구조에서 수도권 공천자들은 무난히 당선될 수 있고, 비수도권 선거구에선 자당의 같은 지역구 공천자와의 본선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기초 자치단체에 대한 공천권까지 영향을 미쳐 지역구 장악력 및 정치적 입지까지 흔들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요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23년에도 총선을 앞두고 양당의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이미 시작돼 적당히 접을 수 없는 수준까지 온 이재명 대표 수사를 윤석열 정부는 계속 밀어붙일 것이며, 여야 협치의 정신을 되살리기에는 서로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싶다. 162석까지 줄었지만 180석이었던 거대 야당에 맞서 대통령 거부권이란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맞대응하면서 여야 극단의 대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대통령 지지율이 될 것이다.
한때 국정 비전이 약하다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새해 3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야권을 발목 잡는 정치 프레임 속에 가두려 할 것이다. 3대 개혁도 결국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에게 일시적 고통을 주는 개혁은 먼저 국민이 먹고살기 편할 때도 힘들 수 있다.
2023년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못하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례 없는 불황의 터널 초입에 다가서고 있다고 모두 우려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대한민국은 아무리 윤석열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 펼친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 탓, 나아가 전 정부 탓을 하더라도 국민들은 그 결과에 또다시 무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여기서 야권은 반전의 기회를 분명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건전한 대안세력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내년 총선 승리, 나아가 차기 대선 승리의 기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라는 전국 씨름판에 이번 3월 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누가 되든 한쪽에서는 상수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등판할 것이고 상대방 선수로 이재명 대표가 등판할지 아니면 다른 선수가 올라올지가 총선 승패를 판가름 내지 않을까 싶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