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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머스크 리스크'와 테슬라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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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머스크 리스크'와 테슬라 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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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용 국장 대우
지난 2년간 기술주 강세장을 이끌었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이기도 한 테슬라 주가는 주당 200달러 선이 깨진 지 두 달여 만에 거의 반토막(113.06달러)이 났다. 투자자들은 이제 100달러 선도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시가총액도 2021년 11월 1조2300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월 7일 현재 3542억 달러로 4분의 1로 줄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져온 주가 폭락에 트위터 인수 이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언행이 주가 폭락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외신들은 테슬라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머스크를 지목한다. 그가 트위터 인수 문제 때문에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하는 CEO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1년 ‘올해의 인물’로 머스크를 선정하면서 “머스크는 어릿광대, 천재, 모난 이야기로 돋보이려는 사람, 몽상가, 기업가, 쇼맨”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타임은 당시 혁신가와 괴짜의 두 얼굴을 가진 머스크에게 ‘혁신가’에 방점을 찍었지만,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보이고 있는 머스크의 행보는 ‘괴짜’에 더 가깝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화장실 세면대를 들고 나타나는가 하면 ‘해고 칼춤’을 추며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가 다시 직원들을 불러들였다. 한마디로 머스크의 행동은 좌충우돌하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머스크의 행동을 살펴보면 혁신가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악동(惡童)’ 이미지만 남았다. 미국 투자금융사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월가의 관점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슈퍼히어로에서 악당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악동에서 악당으로 진화(?)해 테슬라 주가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CEO 리스크가 주가를 끌어내린 사례는 비단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증시에 입성한 지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주가는 하락했고, 본인도 여론에 떠밀려 공동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직원이 2215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사건도 CEO 리스크와 맞물려 있다. 회사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직원과의 ‘공모 의혹’마저 제기되었다. 시장의 신뢰는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오너 리스크는 중대한 문제다.

테슬라 머스크 CEO는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리스크로 만들고 있다. 그는 2년간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트위터 인수 비용 때문에 주식을 내다 팔았다. ‘양치기 소년’으로 변한 머스크의 약속에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주가 하락을 진정시키려 해도 테슬라 주가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혁신가로 칭송받던 머스크는 이제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고 사회관계망서비스로서의 트위터를 공적인 자리에 되돌려놓아야 한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쉽게 해서도 안 되지만 한 번 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약속을 가볍게 하고 쉽게 어기는 CEO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머스크 CEO는 테슬라 창업의 초심으로 돌아가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날개 없이 추락하는 테슬라 주가의 하락이 멈출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