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종시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불이 붙었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장비 17대, 소방관 50명이 투입됐다. 진화 작업은 1시간18분 만에야 완료됐다.
이외에도 전기차 화재 소식은 때와 장소, 차종을 불문하고 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산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에서 시작해 해마다 복수로 불어나 지난해에는 44건이 발생했다. 이 중 포터와 봉고 전기차가 25건, 아이오닉5와 EV6도 각 3건씩 기록됐다. 아직 대수롭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나하나의 화재가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기차 화재 소식이 나올 때마다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인력 투입과 걷잡을 수 없는 화재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다. 연쇄 추돌 사고를 생각해 보자. 그럴 소지가 충분히 있다.
전기차는 가만히 서 있다 불이 나기도 한다. 기기의 전기적 오류로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다. 만약 이런 화재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에서 새벽 시간에 발생한다면 위험 수위는 상당히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건물 주차장은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나올 지경이다.
최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인프라 구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충전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기업도 배터리 기업도 충전기 설치 사업자도 리스크에 대한 책임 소재는 흐릿하기만 하다.
전기차는 확실히 내연기관 차보다는 불길의 확산 속도도 빠르고 심각하다.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포를 사용하거나 배터리 셀 사이 온도에 반응하는 특수 소화 캡슐(현대차 개발 중) 등이 진압 방법으로 고안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을 떨쳐내려면 안전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겠지만,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급 대수를 늘리는 것보다 국민의 안전 대책이 우선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