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없이도 버터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이른바 ‘버터맥주’가 위기에 놓였다. 자칫하면 제조 정지까지 갈 수 있다.
프랑스어로 뵈르(Beurre)는 버터를 의미한다. 뵈르가 버터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버터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이 제품에 이름을 ‘뵈르’로 표시해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단이다. 소비자가 진짜 버터가 들어있는 맥주라고 오인하거나 혼동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로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에 따르면 원재료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려면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에 실제 사용해야 한다. 현재 식약처는 이를 근거로 행정처분을 요청한 상황이나,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처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뵈르비어 제조사 부루구루 측은 식약처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처분은 식약처 손에 달려 있다.
식약처의 이 같은 행정처분 절차는 모순적이고 어색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불닭볶음면, 참붕어빵 등 일부 제품에도 원재료 또는 원재료를 가공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에는 그릴치킨농축액, 치킨향분말, 치킨카레맛베이스 등이 들어가긴 하지만, 참붕어빵에는 ‘붕어’를 연상시킬 수 있는 성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뵈르맥주 1종에는 버터향이 첨가돼 있다.
반대로 야채크래커에는 ‘우지’가 들어간다. 순수 야채로만 이뤄졌을 것 같은 이름이지만 소고기 성분이 함유돼 제품명에 충실하지 않다. 이도 충분히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가 아닌가. 그러나 이를 지적하지는 않는다.
식약처의 지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행정처분에 대한 기준에 모호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부루구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미 억울함을 밝힌 바 있다. “곰표, 말표 맥주에도 곰, 말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상표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그 때문에 형평성 논란의 여지도 있다. 식약처의 규제 잣대가 일관되지 않는다면 반발은 있을 수밖에 없다. 영세한 수제맥주회사 입장에서는 제조 정지 처분으로 회사가 크게 휘청일 수 있어 형평성과 정당성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소비자를 위한 표시광고 규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인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는 규제로 존중받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