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 중앙은행 중 금리인상 중단을 가장 먼저 시사한 곳은 캐나다이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최근 금리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연 4.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 후 성명을 통해 "경제와 물가 상황이 현재 전망대로 진행될 경우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프 매클럼 BOC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아직 통화정책 목표치인 2%와는 차이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고, 금리를 충분히 올렸는지 평가하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할 때"라며 "경제 상황이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8.1%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달 6.3%로 내려갔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번이 캐나다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기준금리를 3.5~3.75%에서 멈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3.5%에서 종료하거나 물가가 잡히지 않는 다면 한 차례 정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8월 사상 최저 수준(0.5%)이었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지난 1월까지 모두 3.0%포인트 올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일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다"며 "최종금리를 3.75%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망치를 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직후 최종 금리 수준을 3.75%로 보는 위원이 3명, 3.5%가 3명이라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더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이다. 국내 물가가 5%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지난해 7월(6.3%) 기록했던 고점 보다는 내려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5.0%로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보였다. 국고채 금리도 연일 기준금리(3.5%)를 하회 하고 있다
뉴욕증시의 관심은 최종금리와 향후 통화정책 전환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만큼 현재로서는 긴축 중단, 나아가 금리를 내리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도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누구도 올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의견을 낸 사람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파월 의장이 어떤 식으로든 최종금리에 대한 힌트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OMC 회의 이후 있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연준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지, 이를 위한 조건은 무엇일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들은 연말 최종금리를 연준이 지난해 12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선(5.0~5.25%)보다 낮은 4.75~5.0%로 보는 등 시장의 금리 눈높이가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연준이 결국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확산되는 만큼 파월 의장이 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FOMC가 종료된 바로 다음 날 통화정책 회의를 여는 ECB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연속으로 빅스텝을 밟으며 매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율이 9%를 넘길 정도로 고물가가 심각한 만큼 미국처럼 긴축 ‘감속’에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최종금리를 3.25%까지 높인 후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인플레이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두 차례의 빅스텝과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 이후 금리 인상을 일단 중단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ECB와 같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영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현 3.5%에서 4.0%로 올리며 ECB와 기조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ECB가 연준과 마찬가지로 고금리 정책을 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베팅 역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도 급등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5.0%, 전월보다 0.1% 각각 올랐다고 밝혔다. 11월(5.5%)보다 오름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15개월 만에 최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PCE 가격지수는 최근 6개월간 꾸준히 둔화하는 추세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4%, 전월보다 0.3% 각각 올라 전문가 전망치와 일치했다.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 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14개월 만에 가장 작은 폭의 상승이다. 12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3% 감소했고, 특히 상품 소비지출은 0.9% 급감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주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가 둔화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67포인트(0.08%) 오른 33,978.08로 거래를 마쳤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13포인트(0.25%) 상승한 4,070.56으로, 나스닥지수는 109.30포인트(0.95%) 오른 11,621.71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에만 1.8% 올랐고, S&P500지수는 2.5%가량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4.3%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4주 연속 올랐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올 1월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3.9%로 지난해 12월 4.4%보다 완화됐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9%로 전달과 같았다. 미시간대학의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4.9로 확정돼, 전월의 59.7보다 상승했고, 예비치인 64.6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의 실적 호조로 개선됐던 분위기는 반도체 기업 인텔의 실적 악화로 다시 분위기가 반전했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주당 16센트의 손실을 기록해 주당 19센트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회사는 올해 1분기에도 주당 15센트의 손실을 예상해 월가의 예상치인 25센트 순이익보다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4분기 매출도 140억 달러로 시장의 예상치인 145억 달러를 밑돌았으며, 1분기 매출 예상치도 105억~115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40억 달러에 못 미쳤다. 인텔의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셰브론의 주가는 회사의 4분기 매출은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순이익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에 4% 이상 하락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미 연준이 오는 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9.2%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22포인트(1.17%) 하락한 18.51을 나타냈다.
지난주 상승세로 마감한 미국 뉴욕증시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인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인지 이번 주가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더불어 애플·메타(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도 이번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주 미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해 마감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8%,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5%,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4.3% 각각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4주 연속 올랐다. 미 상무부가 전날 발표한 12월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5.0%를 기록, 11월(5.5%)대비 크게 하락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덕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