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시기가 왔음에도 나경원 전 의원은 결단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 늦어진 결단력은 그의 리더십 역량을 의심하게 했고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물론 ‘윤심’이 다른 데 있다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그의 결단력 부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그에게 정치 목적과 철학이 없거나 잠시 잊었거나 작동하지 않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만약 자신에 대한 확고한 존재 목적이나 철학이 있었다면 위에서 말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이 그가 빠른 결단을 하지 못하도록 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리더라면 장기적인 목적을 바라보며 현재를 결정해야 했었다. 이 점이 나경원 전 의원에게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리더의 실력은 결국 결단력이다. 부족한 정보와 데이터, 불확실한 미래, 잘못된 결단으로 인한 자신과 조직의 몰락을 생각하면서 빠르게 결단하기란 물론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리더는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해야 한다. 사마천은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도 못하다”라고 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확보한 정보와 필요한 정보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은 리더십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빠른 의사결정이 무조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결정은 조급한 결정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리더는 결단의 마지노선을 반드시 정해야 한다. 결단의 마지노선을 정하면, 모든 정보와 데이터가 마지노선에 도달하게 되면 빠른 속도로 정리된다. 이것은 마지노선까지는 결단을 미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은 리더의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직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결단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결단 과정을 질문으로 정리해 본다. ‘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② 이 의사결정의 목적은 무엇인가? ③ 이 문제 해결이 나와 조직에 주는 의미는? ④ 이 의사결정의 마지노선은? ⑤ 검토해야 할 것들은? ⑥ 필요 데이터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할까? ⑦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⑧ 이 의사결정이 나와 조직을 밝은 미래로 이끄는가? ⑨ 내가 100% 헌신할 수 있는 의사결정인가? ⑩ 나와 조직의 능력에 한계를 두거나 과신한 결정은 아닌가? ⑪ 나의 직관은 이 결정을 존중하는가? ⑫ 마지막으로 결단을 위해 누구를 만나 대화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라. 이런 질문을 통해 얻은 결단이라면 좋은 결과를 확신하고 믿어라. 믿는다면 흔들리지 말라.
어떤 결단이든 100% 만족스러운 결단은 없다. 그렇다고 리더가 결단의 시기를 놓치면 모든 걸 잃게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어쩌면 나경원 전 의원의 결정은 그 시점에선 적절한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앞날은 그가 앞으로 어떤 결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주저앉을 수도, 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